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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경기도 지방의회의 '도덕성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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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초췌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불미스런 행동으로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윤 의장의 이날 사과는 지난달 24일에 이은 닷새만의 두번째 사과다. 윤 의장은 지난달 18일 프랑스 칸영화제에 가면서 큰어머니상(喪), 지역구 행사 등 거짓말을 했다. 이도 모자라 예산심의 대상기관으로부터 여비까지 챙겼다. 새누리당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경기도청 노조는 부도덕한 도의원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도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민권익위는 3일부터 윤 의장 비위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경기도 지방의회가 '양심불량'으로 얼룩지고 있다. 윤 의장의 '거짓말 도둑출장'으로 촉발된 도내 지방의회의 비윤리적, 비상식적 행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산시의회. 5분발언에 나선 시의원들은 일제히 최웅수 오산시의회 의장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최 의장은 음주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을 사고 있던 터였다. 그는 지난달 16일 밤 10시30분께 오산시 궐동 도로변에서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딱 걸렸다. 하지만 옆자석에 동석한 사람이 운전을 했다며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다. 당시 경찰이 측정한 최 의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시의회 임시회에서 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하지만 이날 동료의원들의 5분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됐지만, 모두 무음처리됐다. 이를 놓고 최 의장측이 '손을 썼다'는 등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안산시의회의 일본 출장은 지방의회의 비윤리적 행태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안산시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안산시의회가 일본 출장길에 오를 당시, 일본은 극우인사들의 망언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시민들은 앞다퉈 역사왜곡을 일삼는 나라에 뭘 배우겠다며 출장을 가는지 모르겠다며 눈총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 출장을 강행했다. 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돌아왔을지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성남시의회의 '얌체' 해외출장이 논란이다.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말 채 1분도 안돼 해외출장을 의결했다. 그동안 극한 대립으로 본예산 처리를 못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하고, 추경예산안도 늑장처리하던 불과 몇 개월전의 모습을 생각했던 시민들은 이날 일사천리로 진행된 해외출장 결의에 할 말을 잃었다.
최근에는 의원들의 업무추진비 전용까지 겹쳐 도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달 31일 김포시의회 전, 현직 의장이 의정활동과 무관하게 가족, 지인들과 음식점 또는 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위법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도민 혈세를 생선가게를 지키는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 됐다.

2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지방의회는 수많은 희생을 통해 얻은 고귀한 선물이다. 1961년 5ㆍ16군사정변으로 사라졌던 풀뿌리 지방자치는 30년만인 1991년 부활했다. 하지만 성년이 된 우리 지방의회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쪽에서 삐걱, 저쪽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우선 도민들이 감시자가 돼야 한다. 또 잘못하면 표를 통해 심판하면 된다. 지방의회도 이번 일련의 사건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지방의원들의 특권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째 잠자고 있는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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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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