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매창의 '거문고를 타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몇 년 비바람 울더니
오늘 작은 거문고 하나 왔네
고란곡은 참았지만
끝내 백두음을 켜고 말았네

■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4)=16년이 지나서야 유희경은 매창을 찾았다.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예부터 기생을 찾는 일은 때가 있는 법인데, 시인께서는 무슨 일로 이리도 늦으셨는지요?"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희경은 말했다. "오래전에 그대가 내게 딱 열흘만 시를 논하자고 한 적이 있었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것이오." 두 사람은 부여 백마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었다. 열흘간의 꿀 같은 시간이었다. 희경은 다시 떠나고, 매창은 그가 다시 올 날을 위하여 겨울옷을 짓고 있었다. 머리 숙여 바느질손을 놀리노라니 구슬눈물이 바늘과 실에 뚝뚝 떨어졌다. 그 무렵 희경이 보낸 거문고 하나가 도착했다. 매창은 그 악기를 품에 안고 고란곡과 백두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뒤의 것을 탄다. 고란곡은 새장에 갇힌 새의 외로움을 노래한 것이고, 백두음은 늙어가는 여자가 흰머리를 슬퍼하는 노래이다. 슬프기는 매한가지지만, 백두음이 더욱 서럽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