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한국이 어찌 나오는지 떠보려고 계산한 행위다. 과거에도 일본군 위안부와 역사교과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로 자주 한국을 자극했고 그 때마다 양국 관계는 경색됐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ㆍ일파트너십 선언 이후 양국 관계는 진화는커녕 후퇴했다. 한ㆍ일관계의 '잃어버린 15년'이다.
그 중 하나가 양국 현직 역사교사 15명이 7년 동안 공동 집필해 지난달 말 완성한 근현대사 교재 활용이다. 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을사조약, 침략과 강제 등 일본 교과서에 없는 용어를 똑같이 썼다. 독도 문제는 빠졌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지지율을 높이려고 이용하는 정치사안이라는 집필진 의견을 한국이 받아들였다. 우리로선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양국 청소년의 올바른 과거사 인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공식 교과서로는 어려워도 참고교재로 쓰도록 양국 정부가 나서라.
청소년 교류 확대도 추진할 만하다. 문화ㆍ역사 캠프와 대학생 교환학습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매해 100명씩 선발해 일본 내 공과대학에서 공부시켜 온 '김대중 장학생'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자. 환란 이듬해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한ㆍ일공동 공과대학 유학생파견 사업에 합의했다. 1999년 1기생부터 지난해 14기생까지 1400여명이 교육받았다.
K-POP에 열광하는 일본 팬들, 일본 드라마를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언제까지 '불행한 과거 유산'으로 마음을 닫게 할 것인가. 일본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이미 행한 과거사 사과 발언을 뒤집거나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를 그만두라.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돌아오는 길에 일본에 들러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는 통 큰 모습을 보여 줘라. 한ㆍ일 양국 지도자는 한국인을 일본에서 몰아내자는 일본 극우파 시위에 맞서 이성을 찾자는 양심 집회가 힘을 얻는 모습에서 두 나라의 미래를 찾아라.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이제 양국이 협력해 가깝고 서로 도움을 주는 이웃으로 만들 때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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