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증상이 더 심해졌다. 왼쪽 눈을 거의 뜰 수가 없다. 따끔따끔 눈동자를 찌르는 빈도가 잦아지고 그 정도도 한결 강하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한다. 아, 이제 한쪽 눈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그나마 눈이 두 개인 게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아, 어찌하여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는 것일까? 사소한 잘못은 여러 번 있었지만 천벌을 받을 만큼 잘못한 건 없는데, 어쩌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괴질에 걸린 걸까? 하얗게 질려 덜덜 떨고 있는데, 이런 설명이 이어진다.
"사람의 몸은 신기해서 속눈썹은 늘 밖으로 약간 휘어져 나오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연유인지 이따금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자라는 속눈썹이 있지요. 그런 돌연변이 속눈썹이 눈동자를 찌르게 되는데, 이를 첩모난생이라 합니다."
위 3일간의 끔직한 체험은 벌써 30년이 지난 옛날 일인데, 요즘 불현듯 이런 의문에 빠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제대로 된 눈썹이었는지, 아니면 내 눈동자를 쿡쿡 찌르는 '첩모난생'으로 살았는지
글=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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