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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불량식품' 낙인… 영세문구점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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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업무보고서 '불량식품'과의 전쟁 선포
영세 업주들, "밥줄 끊을 셈이냐?" 반발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정부가 이른바 '4대 사회악(惡)' 척결 과제로 '불량식품 근절'을 선포한 가운데 문구점 업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진통이 빚어지고 있다.
문구와 함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취급하는 영세문구점들은 "대형마트에 상권을 다 뺏긴 마당에 아예 밥줄을 끊으려는 셈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실제 소득에서 문구류보다 식품판매 비중이 더 높은 학교 앞 문구점 업주들은 가뜩이나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 큰 불안감을 느끼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1일 대통령에 보고한 '국민 먹거리 안전관리 강화 방안'에는 학교 주변 문구점에서 식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학교주변 200m 외에 놀이공원, 학원밀집가 등도 어린이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학교 주변 문구점 등에서 식품 판매행위를 금지키로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불량식품 판매자에겐 판매액의 최대 10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 같은 강력한 규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적인 선거 공약으로 내건 '4대 사회악 근절'에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과 함께 불량식품과의 전쟁이 포함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문구점 업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중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전모(44) 씨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최소한의 논의와 대안 마련 과정이 실종된 일방적 정책추진"이라며 "정부가 문구류보다 식품 팔아 나오는 소득이 더 많은 영세문구점들의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문구점 업주들은 문구점에서 파는 식품은 불량식품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성원 학술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 사무국장은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식품 대부분도 검증받은 기업에서 생산하는 것들"이라며 "정부는 불량식품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동시에 영세자영업자들의 요구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영세문구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일부 대형업체 판매품목을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구점 업주들이 이렇게 강력 반발하는 건 무엇보다 문구점이 처한 위기상황에서 비롯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전국의 문구점 수는 1만5700여개로, 1999년 2만7000여개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6000개이던 문구점은 3000개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문구와 완구, 사무용품 시장을 대형마트와 전문매장이 잠식한 데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의 시행으로 엎친 데 덮친격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불량식품으로 더욱 '목줄'을 죄려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문구점 업주들로 구성된 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와 관련 단체 소속 20여명은 26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점들을 정부에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명단에 포함됐던 문구소매분야는 최종 선정되지 못한 채 현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불량식품 근절에는 동의하지만 지극히 한 단면만을 가지고 사안에 접근한 정부 스스로가 자신의 발등을 찍은 것"이라며 "정부 정책추진에는 정당성과 민주적 절차가 중요한데 이번 결정에는 이 모든 게 빠져 있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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