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샤프 수뇌부와 미팅 후 투자 결정
6일 삼성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샤프의 지분 투자 요청을 받고 지금까지 비밀리에 관련 협상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입장에서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형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삼성전자 역시 샤프가 무너질 경우 40인치 이상의 대형 패널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자 하와이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이건희 회장이 일본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그룹 수뇌부를 호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불산 사태와 삼성가 소송 문제와 함께 샤프에 대한 투자도 보고 받고 최종 투자를 결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전략 회의 직후 다시 하와이에서 요양을 한 뒤 현재 다시 일본에 체류중이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샤프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11세대 LCD 패널 공장 설립 계획을 시사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LCD 패널 공장 중 가장 큰 곳은 8세대다. 대형 패널 보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CD 패널 공장의 경우 세대가 높아질 수록 원판 크기가 커진다. 대형 패널을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세일 기간)에선 도시바가 샤프로부터 공급 받은 LCD 패널을 사용해 40인치 TV를 179달러에 판매하는 폭탄 세일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40인치 이상 패널 상당수를 샤프와 대만,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지난 1월 CES에서 첫 선을 보인 110인치 울트라HD TV에 사용한 패널 역시 중국의 BOE로부터 공급 받고 있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샤프에 투자를 단행하며 대형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수급받고 OLED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2007년 10세대 패널 생산 라인을 일부 검토했지만 현재까지 보류하고 있다"면서 "최근 환율 문제로 인해 샤프의 대형 LC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대형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OLED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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