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맡기지 않아도 그동안 서울시민들은 한강을 오가면서 도저히 용도를 알기 어려운 '4차원(?)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 때문에 한강수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해 왔고 한강변을 걸으면서 자연생태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인공 시멘트 건축물들의 범람에 넌더리를 낸 지 오래다.
이런 문제가 비단 서울시뿐만은 아니다. '4대강 개발은 총체적 부실'이라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2차 보고서 역시 현 정부의 임기가 거의 끝날 즈음인 지난달에야 발표됐다. 2년 동안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세금이 이미 다 낭비된 이후에야 나왔으니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예산을 쓰고 남은 '가욋돈'인 세계잉여금이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쌀 뒤주가 텅 빈 채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 셈인데 감사원의 날카로운 지적이 2011년 1월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발표 때 나와 주었더라면 예산낭비를 일부라도 줄여서 우리 경제가 장기적 불황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탄식을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튼튼하게 고쳐야 한다"는 교훈으로 연결시키려면 최근 쏟아지고 있는 정책 평가 보고서가 단순한 전임자 비판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까지 잘못 된 일을 비판 없이 추진했던 실무자들에게도 일부 연대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엄청난 예산낭비 사업이 비판이나 견제 없이 독주하게 된 과정과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출범하는 새 정부나, 전임 시장의 전시행정을 비판하는 현재의 서울시나 몇 년 후에 지금과 똑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일을 서슴없이 반대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실무자'가 있어야 하고 그에 앞서 실무자의 반대에 솔직하게 귀를 기울이는 '관용의 지도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토론과 궤도 수정이 가능한 '열린 소통의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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