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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전임자만 탓하는 '사후약방문'

최종수정 2020.02.11 14:05 기사입력 2013.02.14 13:05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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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르네상스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서울시 보고서가 발간됐다. 생물, 토목, 조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6명이 한강개발사업을 검토한 결과 과도한 한강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했고 전시성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했으며 홍수나 유속 등에 대한 적정한 검토 없이 조경 위주로만 계획을 수립해 안전문제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굳이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맡기지 않아도 그동안 서울시민들은 한강을 오가면서 도저히 용도를 알기 어려운 '4차원(?)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 때문에 한강수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해 왔고 한강변을 걸으면서 자연생태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인공 시멘트 건축물들의 범람에 넌더리를 낸 지 오래다.
문제는 왜 이런 분석이 꼭 전임자가 떠난 다음에야 사후약방문식으로 나오느냐는 것이다. 시장만 바뀌었을 뿐 일을 추진했던 실무 당사자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런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잘못은 모조리 전임 시장 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는 뜻인지 궁금할 뿐이다. 서울시장이 차기 대통령을 바라보는 유력한 자리 가운데 하나가 된 만큼 어느 시장이 오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시의 행정력과 예산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의도를 가진 시장의 독주와 잘못된 선택을 견제해야 하는 것이 시의회이고 서울시의 행정실무자가 아닌가?

이런 문제가 비단 서울시뿐만은 아니다. '4대강 개발은 총체적 부실'이라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2차 보고서 역시 현 정부의 임기가 거의 끝날 즈음인 지난달에야 발표됐다. 2년 동안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세금이 이미 다 낭비된 이후에야 나왔으니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예산을 쓰고 남은 '가욋돈'인 세계잉여금이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쌀 뒤주가 텅 빈 채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 셈인데 감사원의 날카로운 지적이 2011년 1월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발표 때 나와 주었더라면 예산낭비를 일부라도 줄여서 우리 경제가 장기적 불황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문제가 된 4대강 개발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서울시 자문위원이었던 모 위원은 자신이 자주 반대를 하자 "곧바로 잘렸다"고 했다. 다른 건설 프로젝트에 반대했던 모 위원은 대학 측을 통해 자신에게 의견철회를 요구하는 압력이 들어왔다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낭비성 사업, 전시성 사업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자문위원을 바꾸는 일들을 했던 바로 그 실무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탄식을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튼튼하게 고쳐야 한다"는 교훈으로 연결시키려면 최근 쏟아지고 있는 정책 평가 보고서가 단순한 전임자 비판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까지 잘못 된 일을 비판 없이 추진했던 실무자들에게도 일부 연대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엄청난 예산낭비 사업이 비판이나 견제 없이 독주하게 된 과정과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출범하는 새 정부나, 전임 시장의 전시행정을 비판하는 현재의 서울시나 몇 년 후에 지금과 똑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일을 서슴없이 반대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실무자'가 있어야 하고 그에 앞서 실무자의 반대에 솔직하게 귀를 기울이는 '관용의 지도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토론과 궤도 수정이 가능한 '열린 소통의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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