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 중에 특히 독일에 거주하는 무슬림에 관한 부분이 격한 파문과 논쟁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책이 좋아서만은 아니라고 사라친도 인정하는데, 사람들이 감히 입 밖에 내기는커녕 생각조차 엄두를 못 낼 일을 드러냄으로써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터키 출신 이주민의 선천적 장애 비율이 유독 높은데, 다들 침묵하지만 오랜 근친상간의 풍습이 그 원인이다. 그렇다면 터키계 학생이 독일의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유전적 요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는 대목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어서 터키 출신 외국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독일어를 배워야 하고, 국가의 복지혜택이 아니라 노동으로써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며,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 있어야 되겠고, 점차 독일인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계속 터키인이라 고집한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터키인들이 독일에 들어와 이민통합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는 전후재건을 위해 택한 초청노동자(Gastarbeiter)라는 외국인력 도입제도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우리의 형님, 누나, 이모, 삼촌들이 서독에 광부와 간호(보조)원으로 파견되던 바로 그 시절이다. 이 책을 소개한 이유도 지금 우리나라의 외국인 현황과 추세가 그 시절의 서독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40만명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추세이다. 그 여파는 독일에서 보듯이 실업과 사회보장을 위한 재정부담, 사회구성원의 질과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수십년 동안 미칠 것이다. 결혼이민자나 노동이주자, 그리고 그 자녀가 장차 우리 사회에 던질 문제를 예측하고 그 해법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의 이민정책 실패의 경험을 곱씹어 볼 때다.
김환학 IOM이민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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