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법원이 이러지 않았다.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 대기업 오너들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속칭 '정찰제 판결'을 내려 구속을 면케 해 주는 게 관례였다. 2006년 이후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그런 판결을 받았다. 형법상 집행유예가 징역 3년 이하 형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형량을 맞췄던 것이다. 법원은 이런 관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나 '공익활동' 등을 구실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의 달라진 태도를 그렇게 단선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법원은 2009년 이후 기업인을 포함한 화이트칼라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해 왔다. 기업관련 비리에 대한 재판에서 재량적 관용의 범위가 그만큼 축소됐다. 기업경영의 사법적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된 것이다.
사법적 환경만이 달라진 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고조됐다. 기업은 이런 시대적 요구와 환경의 변화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구태나 비리의 남은 꼬리도 다 잘라내는 혁신적 윤리경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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