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 봤더니…" 또는 "내가 해 봐서 아는데…"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서 정ㆍ재계를 뒤흔든 수사(修辭)였다. 최고 통치권자 당신이 '직접 해 봐서 안다'는데 주변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초기에 몇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해 봐서 아는데'는 불통을 넘어 공포적 습관어(習慣語)로 변해갔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해 봐서 실물경제를 많이 아는 대통령과 지난 5년을 함께한 국민들은 삶이 그렇게 행복해지지는 않았다고 평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새 정부는 5년간 리콜도 안되는 신상품이다. '신상품의 경제학'이란 책을 보면 신상품은 사용편의성ㆍ가격현실성ㆍ혜택의 우월성을 목표로 한다. 이 3가지가 골고루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소위 '대박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본인이 당선됐을 때 국민들이 입을 혜택의 우월성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했다. 반값등록금(20대), 세금인상반대(30~40대), 노인연금(60대 이상) 등 세대를 아우르는 풀옵션이다. 가격현실성도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실을 정색하지 않고 살며시 외면했다. 상대후보가 당선됐을 때 급진적 변화를 예상했던 국민들은 그나마 치러야 할 가격면에서 박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준 셈일 게다.
선거기간 중 두 번이나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박 후보는 "주가 3000선 시대를 열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인수위에서 금융투자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별 말이 없다.
정부는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아마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관통한 1970년대 개발시대가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딸 박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2013년은 정부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 정부는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적시 관리를 통해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시스템을 삐걱대지 않고 좀 더 빠른 속도로 가동시켜 국민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무게중심 추를 둬야 한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성장투자가 아니라 가치투자라고 할 수 있다.
가치투자의 선두주자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말했다. 내재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가 있어야 하고 끝까지 그 견해를 고수해야 한다. 또 설사 자신이 틀렸음을 시사하는 가격 하락이 오더라도 자신의 견해대로 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견해가 옳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가 봤는데…'가 아니다. 가 본들 다 알 수 없고 눈에 비친 것이 모두 진실도 아니다. 최단경로든, 우회경로든, 고속도로로 가든 국민들은 자기가 어느 길을 가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만 한다. vicman1203@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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