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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가 봤더니"의 공포시리즈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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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능을 갖췄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신형 자동차를 아주 적당한 가격에 구입했다. 기분 좋게 운전석에 앉아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누르니 예상경로가 나오지 않는 먹통 지도가 뜬다. 그리고 이내 여성의 예쁜 안내음성이 흘러나온다. "가 봐서 아니까 경로는 제가 알아서 정해 갑니다."

"내가 해 봤더니…" 또는 "내가 해 봐서 아는데…"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서 정ㆍ재계를 뒤흔든 수사(修辭)였다. 최고 통치권자 당신이 '직접 해 봐서 안다'는데 주변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초기에 몇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해 봐서 아는데'는 불통을 넘어 공포적 습관어(習慣語)로 변해갔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해 봐서 실물경제를 많이 아는 대통령과 지난 5년을 함께한 국민들은 삶이 그렇게 행복해지지는 않았다고 평한다.
최근에는 '가 봤더니'가 '해 봤더니'의 후속편으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들과의 만남에서 자주 쓰는 어구라고 한다. 간접적으로 들어본 것도 아니고 가서 봤다니 '해 봤더니'만큼 울트라급 파워 발언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새 정부는 5년간 리콜도 안되는 신상품이다. '신상품의 경제학'이란 책을 보면 신상품은 사용편의성ㆍ가격현실성ㆍ혜택의 우월성을 목표로 한다. 이 3가지가 골고루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소위 '대박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본인이 당선됐을 때 국민들이 입을 혜택의 우월성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했다. 반값등록금(20대), 세금인상반대(30~40대), 노인연금(60대 이상) 등 세대를 아우르는 풀옵션이다. 가격현실성도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실을 정색하지 않고 살며시 외면했다. 상대후보가 당선됐을 때 급진적 변화를 예상했던 국민들은 그나마 치러야 할 가격면에서 박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준 셈일 게다.
그런데 이 신상품을 고르고 나니 막상 사용편의성이 뚝뚝 떨어진다. 내가 알아서 갈 테니 국민들은 열심히 가속페달만 밟으시란다.

선거기간 중 두 번이나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박 후보는 "주가 3000선 시대를 열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인수위에서 금융투자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별 말이 없다.

정부는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아마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관통한 1970년대 개발시대가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딸 박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2013년은 정부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 정부는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적시 관리를 통해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시스템을 삐걱대지 않고 좀 더 빠른 속도로 가동시켜 국민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무게중심 추를 둬야 한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성장투자가 아니라 가치투자라고 할 수 있다.

가치투자의 선두주자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말했다. 내재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가 있어야 하고 끝까지 그 견해를 고수해야 한다. 또 설사 자신이 틀렸음을 시사하는 가격 하락이 오더라도 자신의 견해대로 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견해가 옳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가 봤는데…'가 아니다. 가 본들 다 알 수 없고 눈에 비친 것이 모두 진실도 아니다. 최단경로든, 우회경로든, 고속도로로 가든 국민들은 자기가 어느 길을 가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만 한다. vicman1203@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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