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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CEO가 해선 안 될 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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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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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이 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는 길목이다. 학생들은 새 학교, 새 학년 준비에 설렌다. 기업들도 분주하다. 특히 12월 결산 상장사는 지난해 1년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는 주주총회를 치러야 한다.

심판대에 오르는 최고경영자(CEO)로선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CEO로서 연임의 길을 걷거나 새로 CEO로 발돋움하는 임원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나도는 말이 있다. 이른바 CEO로서 하면 안 될 네 가지. 새로 CEO로 등극하는 이나 자리를 보전하는 이나 바로 이 '하지 마 시리즈' 네 가지를 명심하고 지켜야 장수한다는 것이다.
첫째, 2인자인 척 하지 마라. 어느 조직이든 2인자인 척 떠들고 다니다간 위는 물론 옆으로부터도 '총 맞기' 십상이다. 조직의 보스치고 스스로 2인자라고 나대는 아랫사람을 곱게 보지 않는다. 동료들도 앞에서는 '예, 그러세요' 하다가 돌아서면 견제구를 넣는다. 그러다 결국 지나친 경쟁심을 유발시켜 낙마의 대상이 되고 만다.

둘째, 오너와 함께 창업했다고 하지 마라. 설령 그 기업을 처음 일굴 때 동고동락한 것이 사실이라도 이를 여기 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창업자가 싫어한다. 오너에게 창업자는 오로지 자기 혼자이며 나머지는 전부 고용인일 뿐이다.

셋째,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의외로 작은 일에 연연하는 CEO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사례가 주말이나 공휴일 집 근처에서 마누라 등 식구와 밥 먹고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영수증 처리하는 것이다. 비서가 알아채고, 경리 직원들이 웃는다. 이런 쪼잔한 일에 자리를 이용하다간 결국 감사에 걸려 제 임기도 못 채운다.
넷째, 취임 첫해 다 하려 들지 마라. CEO는 실적으로 말하는 자리다. 그렇다고 첫해부터 오버하지 마라. 첫해는 전임자가 한 일을 청소하는 시기요, 후임자에 대한 테스트 기간이다. 첫해 실적은 다소 부진해도 용납되며, 1년 만에 자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상당수 초임 CEO가 사장 시켜 준 데 감격해 첫해에 온몸을 던진다. 그러다 2년차, 3년차에 첫해보다 실적이 나빠지면 여지없이 잘린다.

존경받는 CEO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라기보다 무탈하게 연명하기 위한 얄팍한 처세술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마저 지키지 못해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조직에 부담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랏일 하는 데 쓰라는 특수업무경비를 집안일 하는 데 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네 번째 금기사항, 사소한 것에 목숨 걸었다가 망신당한 경우다.

상장사 주총이 한창일 무렵인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CEO가 해선 안 될 네 가지는 새 정부 총리나 장관들에게도 통한다. 내각을 구성하는 초대 CEO로서 지켜야 할 처세술이자 이들을 임명하는 대통령의 용인술과 리더십이기도 하다. 총리나 장관이나 2인자인 척, 대통령과 각별한 척 해선 안 된다. 취임하자마자 성과를 내려고 정책을 무데뽀로 밀어붙여서도 곤란하다.

정치사회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 것일까.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CEO가 해선 안 될 네 가지에 여성 CEO 밑에서 살아 남기 위한 '하지 마 시리즈' 세 가지가 추가됐다. 첫째, 직언은 두 번 이상 반복하지 마라(듣기 싫은 소리를 계속하면 언짢아한다). 둘째, 윗분을 화나게 하지 마라(한 번 삐지면 오래 간다). 셋째, 용모를 흐트러뜨리지 마라. 남성 CEO에 비해 세심하고 완벽을 추구하면서 비판받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드는 여성 CEO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함께할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첫 CEO로 과연 누가 임명되고 어떤 자세를 보일까.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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