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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 '참새와의전쟁'vs경기도 '까치·비둘기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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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1960년대 후반 절대권력자였던 중국 모택동은 어느 날 농가를 방문, 참새가 벼 이삭을 쪼아먹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모택동은 수행비서에게 지시해 그날 이후 '참새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3년 동안 진행된 이 전쟁으로 중국에서 수천만 마리의 참새가 사라졌다. 하지만 참새만 사라지면 쌀 수확량이 늘어날 것이란 모택동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참새들이 사라지면서 쌀 수확량도 덩달아 줄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참새는 단순히 벼 이삭만 쪼아 먹는 게 아니었다. 벼에 해로운 각종 병해충도 먹는 '이로운' 새였다.
이러다보니 참새가 사라지면서 병행충이 기승을 부려 말라죽는 벼가 더 많았다. 모택동은 참새와의 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중국 사람들이 굶어죽는 바람에 결국 절대 권자의 자리에서 2선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철옹성'같던 절대권력을 무너뜨린 새와 관련된 일화다.

요즘 경기도내 자치단체들이 앞다 퉈 참새와 비둘기를 시의 '상징새' 명단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너무 많은 시군들이 참새와 비둘기를 상징새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들 두 새가 '해로운' 새로 낙인찍힌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조수보호및수렵에관한법률에 따라 까치는 2001년, 비둘기는 2009년 인명이나 항공기,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한국전력은 전봇대에 집을 지어 정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까치와의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길조인 까치와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안산시는 최근 시를 상징하는 새를 천연기념물 제361호인 '노랑부리백로'로 바꿨다. 1986년 지정된 비둘기를 26년 만에 '퇴출'시킨 것이다. '평화의상징'으로 올림픽 개막식 등 주요 행사 때 하늘로 날던 비둘기로선 굴욕이자 슬픔이다. 안산시는 변경 이유를 '고유의 상징성이 없는데다, 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원시도 지난 2000년 시 상징 새를 비둘기에서 백로로 바꿨다. 퇴출되는 것은 비둘기만 아니다.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도 예외가 아니다.

시흥시는 지난 1978년 지정된 상징새인 까치 등 시의 상징물들을 없애고 2003년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포동 갯벌'을 새 상징물로 지정했다.

현재 경기도내 31개 시 군 중 9곳은 비둘기를, 9곳은 까치를 상징새로 정하고 있다. 전체의 58%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까치와 비둘기를 상징새 명단에서 퇴출시키는 자치단체도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가평과 하남 등 3개 시ㆍ군은 꿩을 ▲평택시 등 3개 시ㆍ군은 백로를 ▲안양시는 독수리를 ▲부천시는 보라매를 ▲동두천시는 파랑새를 ▲남양주시는 크낙새를 ▲포천시는 원앙을 ▲광주시는 제비를 각각 상징 새로 정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고유의 상징성을 담보한 새를 상징물로 선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많고, 또 해롭다는 이유만으로 까치와 비둘기를 퇴출 명단에 올리는 것은 한 번쯤 생각했으면 한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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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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