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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13-정직]남는게 없다지만, 뒤에서 돈 세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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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사와 봉손님…'거짓'의 숨바꼭질 이제 그만

백화점은 세일, 시장은 떨이...이윤, 얼마나 남겨야 정직한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박소연 기자]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던 한 외제 주방용기 업체가 국내 판매점에 국산제품의 5배 정도 되는 비싼 소비자판매가격을 정해주고 강요하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기업마다 '정직'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발표가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은 '역시 장사꾼은 어쩔 수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수입 사치품이나 아웃도어 브랜드의 폭리 수준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루이뷔통 스피디, 프라다 사피아노 등은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장인의 손에서 한땀 한땀 만들어진다는 '환상'을 두르기만 했을 뿐 알고 보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원가로 따지면 수십만원대 제품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더해져 원가의 10배 이상 가격에 팔려나간다. 일년에도 수차례씩 한번에 수십만원씩 가격을 올리는 이들 사치품 업체들은 일부 고소득층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소비층을 차단하는 오만한 전략까지도 구사한다.
'지하철 명품녀'를 원하지 않는 이들은 엔트리급(입문) 제품 가격만 수시로 올리면서 한마디로 시장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들 브랜드들은 대중들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주로 백화점 유통을 하는 이들 사치품 업체들은 10%대 초반의 수수료를 내면서도 30%대의 입점수수료를 내는 로컬 브랜드보다 대우를 받으며 이윤을 남기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 역시 백화점 측에 떠넘기는 것은 당연하고, 국내서는 기부금도 한 푼 내지 않는 업체가 태반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 역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기용한 판매 선전비와 복잡한 유통구조, 높은 제조 이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웃도어 제품 가격 거품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이들 제품의 가격은 적정한가. 제품 하나에 대한 기업의 적정이윤은 과연 얼마인가. 얼마일 때 이 기업은 윤리적인 기업일까.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없다.

시장논리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을 적정이윤이라는 단어로 평가하고 정의하기란 쉽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이 같은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다.

과거 기업은 경제적 활동을 통해 이윤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존재였다.
약 40년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이 짊어진 사회적 책임이 단 하나라고 주장했다. 소유주, 즉 주주들을 위해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대다수 기업과 소비자는 윤리적 테두리 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 인식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이윤만을 늘리다가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적정한 이윤추구가 지속가능한 기업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필립 코틀러는 공익과 기업 이익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일이 바로 미래 기업의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충될 것 같은 사회적 책임과 이윤창출이 결코 상호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착한 소비' 마케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업의 이윤추구방식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단기 이윤보다는 장기이윤, 최대 이윤보다는 적정 이윤, 기업의 이익보다는 이해 당사자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인권문제 등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마케팅에 접목하고 있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수익금의 일부분을 공익적인 기부활동에 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소비자가 의미 있는 소비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이나 사회공헌 활동이 즉각적으로 기업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광고 금액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고서도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제고하고 매출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 출신이자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의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어느 날 기차에서 마신 커피의 잔에 적힌 공정거래 글귀를 보고 실제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아프가니스탄 마약 생산기지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을 역추적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공급자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저서를 통해 "눈앞의 이익을 좇기 위해 단가를 낮추고 투자비용을 줄이고 품질과 타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이익이 있을지 몰라도 종국에는 회사와 회사 구성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건강한 기업과 건강한 자본주의,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정직이 우선돼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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