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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지재권분쟁 열쇠는 국제 네트워크

최종수정 2012.12.26 10:47 기사입력 2012.12.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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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원 특허청장

김호원 특허청장

'14 대 14.' 국내의 한 민간기관이 미국, 독일 등 9개국에서 벌어지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결과를 세부항목으로 나눠 지난 11월 말까지의 승패를 매겨본 결과다. 지식재산권분쟁에 대해 나라마다 판단결과가 다르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재권을 매개로 한 보호무역주의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의견이 있지만 국가별로 지재권을 다루는 사법제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재권분쟁을 겪는 기업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그 불확실한 결과에 신경이 쓰인다.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은 특허소송 등 특허에 드는 비용이 연구개발(R&D) 예산의 2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인 구글의 경영진도 너무나 많은 자원과 시간이 특허소송에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고 한다.

사적 분쟁의 성격을 가진 개별분쟁사건에 정부가 직접 끼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제도적인 면에서 각 나라 간 지재권제도의 조화를 꾀하는 것은 정부의 몫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특허청은 불필요한 지재권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펼쳐가고 있다.

먼저 국가 간 지재권분쟁 해결의 새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근본적 해결방안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9월 말 열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총회에 참석, 'WIPO 분쟁조정센터'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 찾기를 제안했다. 서로 다른 각국의 사법체계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특허소송이 기업에 주는 부담을 WIPO의 분쟁조정으로 줄여보자는 것이다. WIPO 사무총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많은 회원국의 관심 속에 특허청은 구체적 세부제안을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엔 진전된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각국마다 서로 다른 지재권 사법체계에 대한 기업들 인식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분쟁예방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8월 한ㆍ미 특허청장회담을 통해 두 기관은 자국의 지재권제도 설명회를 상대국에 가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말 미국특허청과 서울, 부산, 대전에서 미국의 지재권제도 설명회를 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500여명이 참가해 열띤 문답을 벌였다. 기업들 요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외국사법체계에 대한 인식제고 활동의 필요성도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내년 10월에 있을 대법원 및 미국순회항소법원이 함께하는 지재권분야 한ㆍ미 사법회의를 준비하는 것이나 유럽 및 중국특허청과 지재권제도 설명회를 여는 것도 그런 흐름에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주요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지재권 쟁송분야의 당국끼리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도 지재권분쟁 예방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교역에서 동아시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 혁신의 결과물인 지재권분야에서도 '동아시아 특허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2011년도 말 기준으로 한ㆍ중ㆍ일의 특허출원이 약 105만건으로 미국과 유럽의 65만건을 훨씬 앞선 게 그 증거다. 그러나 교역과 특허가 느는 것은 분쟁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동아시아국가의 지재권 심판당국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런 흐름에 맞춰 특허청은 지난 11월 뀬한ㆍ중 상표분야 고위급 회담 뀬한ㆍ중ㆍ일 특허청장 회담 뀬한ㆍ중 및 한ㆍ일 특허청장 회담을 통해 한ㆍ중 및 한ㆍ일 간 심판전문가회의와 한ㆍ중ㆍ일 특허청 간 심판협의체를 만드는 데 합의를 끌어냈다.

특허청은 '지재권분쟁의 일상화'란 새 현상에 직면해 우리 기업에 유리한 글로벌 지재권 생태계 만들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정부의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자체적인 국제네트워크를 갖춰 지재권분쟁의 파고를 거뜬히 헤쳐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호원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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