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축제라면 응당 승자와 패자가 활짝 웃으며 어깨동무라도 할 법한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보들 간에 덕담이 오가긴 했다. 문재인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박 당선인은 문 후보에게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하자고 화답했다. 후보들은 적어도 선거가 축제로 승화할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둘로 나뉜 지지자들은 달랐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사뭇 살벌하기만 하다.
세대 간 갈등 양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대선 직후인 지난 20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기초노령 연금제도 폐지를 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50~60대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으니 그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더러운 표'를 던졌으니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도 있다. 그렇다고 '철부지 빨갱이'라는 대꾸는 또 무언가. 단순히 선거 후유증이라고 넘어가기엔 그 정도가 너무 과격하고 심하다.
민심은 천심이요, 늘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얘기도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심이 늘 '나쁜 지도자'를 뽑도록 했을 리 없지 않은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천심이 작용한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다섯 명이다. 그러나 '그 대통령 뽑기를 잘했다'는 말을 들은 이가 누구인가. 물태우, 외환위기 주범, 대북 퍼주기로 노벨상을 탄 욕심쟁이, 경제를 망친 폐족, 삽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식의 공자님 말씀은 하나마나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인다. '노시개'로 5년, '쥐박이'로 5년을 보냈다. 다시 또 5년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가.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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