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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다시 읽는 홍신선의 '마음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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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 날/남수원 인적 끊긴 밭 구렁쯤/마음을 끌고 내려가/항복받든가/아니면/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저/눈치꾸러기 그림자

■ 경(經)은 귀한 말씀을 적은 책이지만, 누군가가 앞서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마음에도 길이 난다. 잦은 마음은 길이 되기도 한다. 한번 길이 난 마음은 습관이 되고 상식이 되어 고집을 피우기 일쑤이다. 길을 벗어난 마음을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 제 방식만이 옳다고 우긴다. 그 마음의 주인이 생각을 바꿔 달리 좀 가보자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이 괘씸한 놈, 마음아. 너 정말 너 죽고 나 죽고 한번 맞짱 떠볼래? 어린 시절 겨울 마른 논 위에서 동무와 이런 몸싸움을 해보지 않았던가? 코피를 흘리고 눈두덩이 붓던 그 싸움 끝에 정해지는 것은, 동무와 나의 서열이었다. 평생 마음을 상전처럼 모셨으니 억울하기도 하다. 이놈을 패대기쳐서 내가 마음의 상전이 되면 되지 않는가. 가장 추운 날 피할 데도 없는 시골 공터에서 마음을 겨우 때려눕혔더니, 그놈은 잽싸게 빠져나가고 몸만 자빠져 누워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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