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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워크샵에서 '섬진강에서 배우는 시(詩) 교실' 열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섬세하게 자연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 정직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져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말하는, 좋은 시(詩)를 짓는 비결이다. 지난 20일 전남 곡성에서 열린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시 창작교실에서 김용택(64·사진)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한옥 두가헌의 대청마루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강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강변에 쌓아놓은 둑을 가리키며 "강은 굽이쳐 흐르면서 자신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데 저렇게 둑을 쌓아버리면 유속이 빨라져서 강물이 쉬어가질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굽이쳐 흐르지 못하는 강물은 자정능력을 잃어버려 죽고 만다는 것이다. 한참동안 섬진강에 불고 있는 개발 열풍을 탄식하던 그는 "그나마 협곡이 심해 개발이 어려운 지역은 원시적인 강의 모습이 살아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전남 곡성 두가헌에서 바라본 섬진강 전경

전남 곡성 두가헌에서 바라본 섬진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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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섬진강은 그저 흘러가는 강이 아니라 '시인의 감수성'을 키워준 거대한 품이다. 그는 "자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봐도 달라 보이고 신비롭다"며 "시인의 감수성은 자연을 향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고향인 전북 임실에서 농사도 짓고, 시골초등학교에서 38년간 아이들도 가르치며 살아온 그가 '시인'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섬진강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제자들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머니에게서는 '자연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가르치는 아이들에게서는 '정직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우리 어머니는 풋대추가 콧구멍에 들어갈 때 모내기를 하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자연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으면 전부 시가 됐다"고 말했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이 말해주는 걸 받아쓰기만 해도 시가 된다는 얘기다.
지난 20일 전남 곡성에서 김용택 시인이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회원을 대상으로 '섬진강에서 배우는 시 짓기'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전남 곡성에서 김용택 시인이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회원을 대상으로 '섬진강에서 배우는 시 짓기'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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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르치던 시골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그에게 '정직'과 '진실'이 가진 힘을 가르쳐줬다. 그는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여전히 진심이 통한다"며 "아이들은 이면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늘 진지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게 항상 새롭고 재밌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다"며 "시를 쓰기 위해서는 농부의 눈과 아이의 마음으로 먼저 주위에 있는 것을 자세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세히 보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점이 보이게 되고, 새롭게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모두는 시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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