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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화려한 개막..."광주에서 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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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히로미 탱고가 3주에 걸쳐 광주시민들과 만든 대형 콜라주 스크린 작품 '홈-광주'.

일본 작가 히로미 탱고가 3주에 걸쳐 광주시민들과 만든 대형 콜라주 스크린 작품 '홈-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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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공중 위 108개 방패가 서로 연결돼 두둥실 떠있다. '연결'은 곧 공동체를 상징하며 이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킨다. 연결된 그림엔 한적한 시골의 다양한 새마을농촌주택들이 모여 있다. 근대시기 건축양식으로 농촌과 근대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아디다스 운동화를 담는 상자에는 비극적인 이미지가 가득하다.

한편에선 전쟁의 상징인 무기들을 분해해 악기를 만들었다. 또 시민들이 수집해온 집안 물건이나 개인적인 메시지들이 담긴 글귀들이 모여 광주를 표현하는 집, '홈-광주'란 작품이 됐다.
6일 개막된 광주비엔날레의 작품들이다. 공동예술감독으로 쟁쟁한 아시아계 6명의 여성 큐레이터들이 모여 기획한 전시에서 '광주'와 '아시아'가 보였다. 더불어 그처럼 지역성과 다른 문화들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공유하고 접목할만한 가치를 찾는 축제장이기도 했다.

이날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았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995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국제현대미술 전람회다. 그동안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케리 브라우어, 장석원, 오쿠이 엔위저, 찰스 에셔, 후 한루, 김홍희 등 역대 예술감독들의 기획을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비엔날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나만의 도시(In My City), 2010. 한지에 채색, 194 × 130.5 cm. 최미연(올 광주비엔날레 출품 작가 중 최연소)

나만의 도시(In My City), 2010. 한지에 채색, 194 × 130.5 cm. 최미연(올 광주비엔날레 출품 작가 중 최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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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열리는 비엔날레에는 여성 공동예술 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선정(국적 한국), 마미 카타오카(일본), 와싼 알-쿠다이리(이라크), 캐롤 잉화 후(중국),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 낸시 아다자냐(인도) 감독이다.
김 감독은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다른 배경을 가진 감독들이 모여 각자의 것들을 보여주면서도 함께 유사한 점을 찾아내보려고 했었다"면서 "장장 15개월동안을 만나고 고민하면서 준비해 온 전시"라고 소개했다.

아다자냐 감독은 "6명 모두 여성에 아시아라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런 틀을 깨고 한번 접근해 관람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그 안에서 보편적인 개인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 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시장은 각 감독들의 소주제인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 ▲역사의 재고찰 ▲일시적 만남들 ▲친밀성,자율성,익명성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 등 6가지 테마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전시장 내 다섯개 관 마다에는 이런 주제들이 한데 모여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 '라운드 테이블' 역시 전원이 일치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그 안에서 공유할 것들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40개국 92명의 작가가 제작한 300여개의 작품들이 전시장내 비치돼 있다.

1관에서 만난 이민 2세대 한국계 미국 작가인 마이클 주(Michael Joo)의 작품 '분리불가'는 108개 투명 방패들이 천장에 매달려있으면서도 연결돼 있다. 공권력과 대치된 시민들을 막는 방패, 막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폭력성을 상징하는 방패가 1980년 5월 광주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연결된 방패는 공동체의 지울수 없는 역사로도 느껴진다. 방패 작품 아래는 유적지 유물처럼 보이는 작가의 개인용품들이 비치돼 있는데 공동체 내 익명성을 가진 개인에 대한 고찰도 다가온다.

이정록 작가의 '글로컬 사이트-새마을농촌주택들-한옥'. (2006-2012년) 디지털 C-프린트. 각 30*40cm

이정록 작가의 '글로컬 사이트-새마을농촌주택들-한옥'. (2006-2012년) 디지털 C-프린트. 각 30*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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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일본인 작가가 광주 시민들과 협업해 만든 집 모양의 섬유예술 작품도 있었다. 작가 히로미 탱고는 3주동안 120여명의 광주시민과 함께 '홈-광주'란 작품을 만들었다. 3m X4m의 거대한 집모양의 스크린으로, ‘집’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생각과 기억을 시민들이 보내온 관련된 물건들로 구성했다. 시민들은 이를 위해 옷가지, 쿠션, 사진, 악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들을 기증했다. 작가는 연신 그 위에서 뛰거나 수영하는 포즈를 취하거나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퍼포먼스를 취했다.

감독들이 선정한 '놓치면 후회할 작품'으로는 마이클 주의 작품과 함께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언어 프로젝션, 앨런 캐프로(Allan Kaprow)의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 서도호 (Do Ho Suh) 탁본 프로젝트 등 12점이 있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폭력과 억압의 상징을 표현한 작품들과 화해와 평화, 다름의 이해를 전달하는 것들이 한데 얽혀져 잔치를 나누고 있었다. 오는 11월 11일까지 장장 66일 동안 대장정에 돌입한 광주비엔날레 행사는 이곳 전시장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무각사, 대인시장, 광주극장, 광주시립미술관, 서구문화센터 등 광주시내 곳곳에서도 전시와 행사가 앞으로 2개월 넘는 시간동안 연일 지속된다.

문의 062-608-4114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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