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극적인 인생의 전환점이다. 여성성의 상실은 폐경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신체적으로도 많은 고충을 수반한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는 말 중 '은퇴남편 증후군'이란 게 있다. 90년대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를 경험한 일본에서 유행한 말이다. 특히 비온 후에 신발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낙엽에 빗대 '젖은 낙엽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 양상은 은퇴한 남편이 집안일에 너무 간섭하거나 일종의 보상 심리로 '이제 나 좀 챙겨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생기는 식이다. 황혼이혼이 꼭 '은퇴남 편증후군' 때문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반면 폐경기 부인에게 남편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 적극적으로 의료적 처치를 받게 끔 돕는 것과 여성의 고유한 특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부인의 변화가 낯설다고 "하루 종일 뭘 했다고 피곤해 하냐"거나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한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와 같은 말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폐경기 우울증은 남편이나 시부모로부터 무시당하고 살아온 여성,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여성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유범희 성균관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는 "폐경기 여성은 여성성의 상실감, 떠나는 자식에 대한 허전함을 느끼기 쉽다"며 "사소한 일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행복한 삶에 건강한 부부관계처럼 중요한 건 없다. 남편과 부인이 서로의 입장에서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은 향후 50년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제조건이 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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