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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금대봉~분주령에서 나는 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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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검룡소 6.6km 숲길, 수줍게 미소 띤 야생화 천국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검룡소로 이어지는 6.6km 숲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야생화들 중 희귀꽃인 '나도 범의귀'(왼쪽 큰사진)가 본지 카메라에 잡혔다. 우리나라에선 백두산에서만 자생하며 남한에선 금대봉 계곡에서만 몇 포기 자라는 아주 귀한 꽃이다. (작은 묶음사진은 왼쪽 위부터, 첫째줄-금강애기나리, 구슬붕이, 꿩의바람꽃, 미나리아재비, 앵초. 둘째줄-노루삼, 제비꽃, 솜방망이, 백작약, 족두리풀. 셋째줄-해리바람꽃, 나도범의귀, 개별꽃, 얼레지, 큰산장대. 넷째줄-현호색, 홀아비바람꽃, 피나물,미나리냉이, 애기똥풀. 다섯째줄-전호, 담개쥐치, 분꽃, 홀아비꽃대,벌깨동굴. 여섯째줄-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삿갓나무, 대성쓴풀, 쥐오줌풀.)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검룡소로 이어지는 6.6km 숲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야생화들 중 희귀꽃인 '나도 범의귀'(왼쪽 큰사진)가 본지 카메라에 잡혔다. 우리나라에선 백두산에서만 자생하며 남한에선 금대봉 계곡에서만 몇 포기 자라는 아주 귀한 꽃이다. (작은 묶음사진은 왼쪽 위부터, 첫째줄-금강애기나리, 구슬붕이, 꿩의바람꽃, 미나리아재비, 앵초. 둘째줄-노루삼, 제비꽃, 솜방망이, 백작약, 족두리풀. 셋째줄-해리바람꽃, 나도범의귀, 개별꽃, 얼레지, 큰산장대. 넷째줄-현호색, 홀아비바람꽃, 피나물,미나리냉이, 애기똥풀. 다섯째줄-전호, 담개쥐치, 분꽃, 홀아비꽃대,벌깨동굴. 여섯째줄-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삿갓나무, 대성쓴풀, 쥐오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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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강원 정선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1268m.싸리재) 정상. 이곳은 '봄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맘때 들녘의 봄꽃들은 제 빛을 잃어 가지만 금대봉(1천418m)을 지나 분주령(1080m)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누가 뭐래도 '봄꽃의 길'이다. 특히 분주령은 '천상화원'으로 불릴 정도로 야생화의 천국이다. 일부러 가꾼 꽃밭보다 더 화려하게 자라난 야생화들이 온통 물결친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 이 숲에는 현호삼, 금강애기나리, 제비꽃, 노루삼, 피나물, 개별꽃, 미나리냉이, 얼레지 등이 화려한 융단을 이루며 앞다퉈 꽃내음을 풍긴다.

두문동재 정상에서 차량통행을 막아 놓은 차단기를 넘어 임도로 들어서면 야생화 트레킹이 시작된다.

여기서 금대봉,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코스는 6.6㎞ 남짓.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느긋하게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걸으면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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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봉으로 향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의 마루금인 불바래기 능선으로도 불린다. 불바래기는 불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기 위해 산 아래에서 불을 놓고 이곳에서 기다리다 맞불을 놓아 산불을 진화했던 곳이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입구까지 이어지는 불바래기 능선의 길이는 1.2㎞이다.
능선에 들자 길섶에 뿌리를 내린 야생화들의 은근한 유혹으로 정신이 아찔해진다. 순백의 꽃잎에 수술이 까만 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개별꽃이 먼저 반긴다. 카메라를 들이 대니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잎이 수줍게 반짝거린다. 몇 걸음 채 딛지도 않았는데 풀숲으로는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그 사이사이로 양지꽃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 쫄방제비꽃, 큰산장대, 해리바람꽃들도 눈에 띈다.

두문동재에서 임도를 따라 약한 오르막을 20분 정도 오르면 불바래기 능선이 끝난다. 금대봉 정상이다.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봉우리다. 고개를 돌려 멀리 시선을 두면 이어진 연봉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두위봉과 백운산이 일으켜 세운 힘찬 지맥도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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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왼쪽 숲길로 들어서면 금대봉 분지(3헬기장)로 가는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가 앞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곳은 비밀의 화원으로 불린다. 6∼7월에 범꼬리풀로 뒤덮여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변한다.

분주령으로 향하는 능선길에 서면 왼쪽으로는 정선 땅이고 오른편으로는 태백 땅이다. 오른쪽 태백땅 120만평은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꼭 생태보전지역으로 들지 않아도 지정된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노루삼,구슬붕이는 물론이거니와 잎 아래쪽에 비밀스레 꽃을 피우는 족도리풀까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숲길에서 가장 흔한 야생화는 산괴불주머니다. 줄기와 가지 끝에 노란색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괴불주머니는 한 무더기씩 군락을 이룬 채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숲에 생명력을 더한다.

그 길에 어디 꽃뿐인가. 우산나물을 비롯해 참나물, 어수리 등 봄나물들이 곳곳에서 솟아나고 있고, 나뭇가지 끝에달린 새순은 신록을 더해가고 있다.

숲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이 나온다. 샘물 앞에 '한강 발원지'라는 자그마한 팻말이 붙어 있다. 고목나무 아래서 솟아난 샘은 이내 땅속으로 숨었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다시 솟는다.

분주령으로 가는 숲길 곳곳에는 누군가 흙을 파헤친 모습을 자주 만난다. 멧돼지의 흔적이다. 숲에서 멱을 감듯 몸을 뒤챘는지 뻘건 흙이 드러나 있다. 이런 흔적들을 보고 있으면 어두컴컴한 숲에서 녀석들을 만날까봐 모골이 송연해진다. 하지만 탄력 있는 근육의 펄떡거리는 산짐승들은 자신들이 주인인 산중 어딘가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내달리고 있을 것이다.

능선에서 내려서자 분주령에 당도했다. 분주령은 드넓은 꽃밭이다. 현호색,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어릿광대수염, 앵초, 홀아비꽃대, 개불알꽃, 미나리 아재비 등 저마다 소박한 모습으로 꽃잔치를 벌인다.

보랏빛 얼레지도 한 포기 시선을 잡는다. 하늘을 향해 올라간 꽃잎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워 봄의 여왕이라 불린다. 하지만 5월 중순이면 시들한 얼레지가 현호색 등과 함께 피어있어 이채롭다.

김삼구 태백 문화관광해설사는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다"며 "4월에 피는 꽃이 이제 피기도 하고 6월 초여름꽃들도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지나쳐온 꽃들도 모두 두서가 없이 한데 피었다. 봄 야생화들은 종류마다 조금씩 피는 시기가 달라 한 꽃이 지면 다른 꽃이, 그 꽃이 지고 나면 또 다른 꽃들이 이어받으며 피어나는데, 올해는 어찌 된 게 봄, 초여름꽃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아마도 4월까지 눈이 내리다가 불시에 날이 더워지면서 숲마다 야생화들이 한꺼번에 꽃을 피워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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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령에선 대덕산 정상과 검룡소 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체력이 된다면 대덕산을 올랐다 가는것이 좋고, 바로 검룡소로 내려선대도 아쉬울 것은 없다.

대덕산 정상을 포기하고 금대봉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그 길에서 뜩밖의 행운을 만났다. '나도 범의귀'다. 이름부터 범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꽃은 태백 야생화도감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에서만 자생하고 남한땅에서는 이 계곡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깨알만한 꽃을 달고 한 포기만 외롭게 서 있는 나도 범의귀는 15~25cm 정도 줄기에 드문 드문 꽃이 붙어있다. 약간 패어 들어간 모양과 얕은 톱니모양을 하고 있는 꽃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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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해설사는 "남한에서 유일한 꽃인 '나도 범의귀'가 매년 사라지고 있다"면서 "5년전만해도 30여포기씩 무리지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젠 2~3포기 보기도 힘들다"고 걱정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해마다 숲길은 훼손되고 자연을 가지려는 욕심에 야생화를 캐간 흔적들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있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꺾어면서까지 모든 것을 다 취하려는 사람들. 그렇게 제 집 화분에 심어놓은들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검룡소 주차장에 다다를 즈음 또 하나 희귀꽃을 만났다. 풀숲의 군데 군데에 작은 꽃이 피어 있다. 새끼손톱 절반만 한 크기의 대성쓴풀이었다. 태백에서 처음 발견된 이 꽃을 찍기 위해 꽃이 피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단다.

야생화 트레킹의 마지막 길은 검룡소로 이어진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로 줄딸기가 수줍게 길손님을 배웅한다. 이 길 봄꽃 지고 나면 여름꽃이 필때 다시 오라고ㆍㆍㆍ.

태백=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서 영월로 가는 38번 국도를 탄다. 정선 사북, 고한을 지나 태백으로 관통하는 두문동재터널 앞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옛길을 따라 고갯마루까지 올라가면 두문동재 정상이다. 고개 정상에서 오른쪽으로는 은대봉을 지나 함백산을 넘는길이다. 왼쪽길이 금대봉을 지나서 분주령,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다. 태백시 문화관광과(033)550-2081

△먹거리= 태백에는 육질 좋은 한우를 연탄불에 구워먹는 식당이 많다. 태성실비식당식육점(033-552-5287)과 소문난 한우실비(033-552-8893) 등이 유명하다. 고등어, 갈치조림과 두부조림을 내놓는 초막고갈두(033-553-7388)도 추천할 만하다.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닭갈비도 태백의 별미다. 승소닭갈비(033-553-0708), 김서방네닭갈비(033-553-6378) 등이 맛깔스럽게 음식을 내놓는다.

△볼거리=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예수원,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철암마을, 상장동 남부벽화마을, 귀네미마을 등도 둘러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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