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에는 항상 아메리카노를 찾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아메리카노의 매력을 나에게 설명하면서 커피의 은은한 향과 카페인의 쌉쌀하면서도 개운한 그 맛의 여운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카페인의 중추신경계 긍정적작용이니, 부작용이니 하며 내가 그런 것들에 대하여 얘기하면 커피 한잔으로 가질 수 있는 여유와 행복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한다. 분위기 깨는 식품학적인 분석을 제발 커피 앞에서는 하지 말라는 그들에게 나는 잠깐 미안해한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거리에 즐비하고, 가정에서도 다양한 커피머신을 이용하여 커피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최근 국내 커피시장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커피는 빼놓을 수 없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유와 행복을 주는 이 한 잔의 커피, 커피의 카페인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데 과연 사실일까?
그녀는 매일 그림과 함께 생활한다. 따로 휴일도 없다. 어떤 때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순간 영감이 떠올라 혼이 담긴 그림이 그려지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식사를 거르다가 한 끼에 폭식을 하기도 했다. 운동을 하면서 규칙적인 식사로 살을 빼야 건강하게 그림을 오래 그릴 수 있다는 나의 잔소리에도 꿈쩍 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콤플렉스인 뱃살과 둔해 보이는 체형이 갑자기 끔찍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술을 마시던 그녀가 술을 아예 끊었고 그 시간에 커피를 한잔 마시며 조깅로를 걸었다. 또한 불규칙적인 식사 습관과 즐겨 마시던 커피의 종류도 바꾸었다. 하루에 세 잔 이상 마셨던 카라멜 마끼야또나 카페라떼 대신에 블랙커피를 선택했다. 얼마 전에 큰맘 먹고 마련한 네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긴다고 했다. 시럽과 크림이 빠진 블랙커피로... 다이어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생각해 본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런데 허리 치수가 점점 줄어들고 체중이 줄어드는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커피가 그녀의 신체에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그녀는 대사의 방해꾼인 술을 끊었고, 세달 동안 매일 저녁 40분 이상 걷기운동을 했다. 운동전에 마신 커피의 카페인이 신진대사 촉진작용을 하여 칼로리 소모가 더욱 빠르게 일어났다. 특히 한잔에 400cal의 카라멜 마끼야또 대신에 블랙커피를 선택하여 하루 총 섭취열량을 줄인 것이다. 커피의 카페인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인 카테콜아민의 분비량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단 하루에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카페인으로 인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불안, 탈수, 불면의 현상 등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100mg이상의 카페인은 인체에 유해하며 200mg이상 섭취하면 신경과민, 심계항진을 가져올 수도 있다.
더구나 비만탈출을 위해 커피(카페인)만을 이용한 다이어트는 효과가 없으므로 올바른 식이요법과 운동습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커피 중독이 아니고 한 잔의 커피로 행복한 여유로 얻을 수 있다면, 게다가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커피한잔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미사랑피부비만클리닉 원장 / 식품영양학 박사 전형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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