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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한현희 "프로야구의 '트리플H'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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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한현희 "프로야구의 '트리플H'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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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현희는 올해 도약을 선언한 넥센의 히든카드다.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주석(한화)에 이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높은 순번은 예상된 결과였다. 한현희는 고교 시절 탁월한 삼진 능력을 인정받았다. 경남고 3년 동안 160.1이닝을 소화하며 잡아낸 삼진은 무려 207개. 지난해 4월 9일 고교야구 주말리그 개성고와의 경기에서는 노히트노런을 작성하기도 했다.

사실 스카우트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타고난 근성이다. 지난해 한 스카우트는 “머릿속에 야구밖에 없는 녀석”이라며 “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면 큰 선수로 성잘할 자질을 갖췄다”라고 말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정수찬 경남고 투수코치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며 “승부욕이 강해 경험만 쌓으면 대성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실 한현희는 이 같은 근성을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얼굴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다. 또래 몇몇 선수들이 ‘허풍쟁이’라고 부를 만큼 쾌활한 성격을 자랑한다. 이는 지난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련한 신인선수 교육만 들여다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는 자기소개 시간에서 스스로를 ‘닥터K’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리에 운집한 신인들을 향해 “신인왕은 무조건 내가 탈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꼴찌로 추락한 넥센의 대반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당돌한 신인의 호언장담은 이뤄질 수 있을까. 프로 데뷔를 눈앞에 둔 한현희를 만나 그 준비 과정을 살펴봤다. 또 마운드에서 꿈꾸는 미래를 함께 들여다봤다.

다음은 한현희와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프로무대 첫 시즌을 앞뒀다. 준비는 잘 되어가나.

한현희(이하 한) 열심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서 오른 발목 통증으로 중도 귀국해야 했다. 그 때가 11월 11일이다. 훈련에 합류한지 12일밖에 되지 않아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한다. 13일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얼마나 분했는지 모른다.

스투 어떤 점에 화가 났나.

김시진 감독 포함 코치진에 투구를 선보이지 못한 점이다. 전지훈련까지 가서 공을 던지지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프로는 보여주는 야구다. 고교 무대에서는 한 번만 잘 던져도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프로는 다르다. 꾸준히 가능성을 인정받아야만 마운드에 설 수 있다. 겨우 한 번 기회를 놓쳤다고 여길 수도 있었지만 분하고 아쉬웠다.

스투 발목 통증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날씨다. 도착한 미야자키에 매일 같이 비가 내려 뻐근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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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이전부터 발목 부상을 가지고 있었나.

지난해 8월 대구 상원고와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8강에서 당한 부상이다. 선발로 등판한 마운드에서 6회 타구에 오른 발목을 정통으로 맞았다. 통증은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린 9월까지만 해도 견딜 만 했다. 물론 좋은 컨디션은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스투 느낀 통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발목을 자주 접질렸다. 그럴 때마다 붓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하지만 투구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스투 지금 상태는 어떠한가.

억울하게도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충분한 휴식 속에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트레이닝에 구슬땀을 흘린 것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이제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정수찬 경남고 투수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발목 부상 뒤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등에서의 일정을 조절해줬다. 당시 완투 행진을 계속 이어나갔다면 통증은 지금도 계속됐을 것이다. 그 분 덕에 강한 손목 힘도 가지게 됐다. TV를 보며 쉴 때마다 항상 손목 운동을 하게 했다. 혼이 날까봐 열심히 손목 힘을 길렀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투 회복 능력이 좋은 것 같다.

정수찬 코치가 매일 같이 말했다.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라”라고. 어깨, 팔꿈치 등이 남들보다 강한 편이다. 여기에 유연성이 더 해져 그간 투구를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스투 꿈꿔왔던 프로세계에 발을 내딛은 기분은 어떠한가.

아마추어와는 레벨부터가 다르다. ‘고교 때 아무리 잘 던지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보다 정확한 느낌은 스프링캠프를 마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저 내 자신이 평범한 투수로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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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정민태 투수코치는 투구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

“폼이 예쁘다”라고 했다. 가장 칭찬받은 건 스로 동작이다. 손을 댈 곳이 없다고 했다. 관건은 공을 놓는 지점이다. 릴리스 포인트를 어디에 둘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스투 사이드암 투수는 릴리스 포인트에 따라 색깔이 크게 달라진다.

원래 공을 앞에 두고 던지는 편이었다. 던지는 팔의 각도가 낮은 편이라 볼 끝이 더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팔의 각도를 조금만 올리면 구속은 2~3km가량 빨라질 수 있다. 그래서 변화를 줘야할지 조금 고민이 된다.

스투 자신에게 어느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원래 해왔던 투구 폼이 좋은 것 같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데 개인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스투 딱히 밝힌 롤 모델이 없다. 정해진 대상이 있으면 어울리는 투구 폼을 찾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왜 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역량을 키워 롤 모델이 될 생각을 하는 게 더 발전적인 방법 아닐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운드에 섰던 것 같다.

스투 현재 던지는 투구 폼에 만족하나.

가장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공을 던지는데 불편함이 없다. 사실 지금의 폼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다. 경남고 2학년 때만 해도 힘껏 던지는 게 최고인 줄 알았다. 투구 폼을 금세 바꿀 수 있었던 건 심창민(삼성), 김우경(롯데) 등 바로 위 선배들의 호투 덕이었다. 등판 기회가 줄어들어 변화를 주는데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어깨에도 충분한 휴식도 제공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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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런데 지난해 릴리스 포인트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스리쿼터로 던지는 모습도 종종 발견됐는데.

볼 스피드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마운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이 자주 의식됐다. 더 빠른 공을 던져야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던지는 팔의 각도를 조금씩 높여나갔다.

스투 노렸던 구속 증가를 이뤘나.

물론이다. 145km 이상을 꾸준하게 찍었다. 애당초 변화는 그 정도에서 멈추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공이 빨라지니 욕심이 생겼다. 스리쿼터로까지 연결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제구만 만족스러웠다면 그 폼은 지금까지 유지됐을 것이다.

스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나.

공이 다소 높게 형성됐다. 그래서 확고하게 마음먹었다. ‘이럴 바에는 이전 폼으로 던지는 게 낫겠다’라고.

스투 직구 위주였던 투구도 지난해 중반부터 많이 바뀌었는데.

경남고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삼진을 잡는 데 중점을 많이 뒀다. 그만큼 내 볼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직구 위주의 피칭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계속 던지다간 나중에 작살이 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스투 변화구로 무엇을 주로 던졌나.

체인지업과 커브다. 특히 커브를 많이 구사했다. 포수 미트에 6개를 연속으로 내리 꽂기도 했다. 아마 포수가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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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커브 구사에 상당한 자신이 있는 듯 보인다.

떨어지는 각을 크게 만들기 위해 손목을 조금 다르게 돌린다. 그 비법은 나중에 공개하겠다(웃음).

스투 넥센 선배들로부터 얻은 조언이 있다면.

모두들 그러더라. “정대현(롯데) 선배의 공을 때리기가 가장 까다롭다”라고. “언더핸드 투수로 전향할 생각이 없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바꾸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공을 언더핸드로 던지기도 했다. 문제는 제구다. 기복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스투 지금의 투구 폼이 제구를 잡는데 유용한가.

물론이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몸에 딱 맞는다. 정민태 코치도 투구 폼이 예쁘다고 했으니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

스투 선수단에서 가장 잘 해주는 선배 한 명을 꼽는다면.

모든 선배들이 잘 해준다. 한 명만 꼽으면 채택을 받지 못한 선배에게 혼날 수 있다. 살려 달라.

스투 선수단의 막내라서 힘든 점은 없나.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합숙을 했는데 크게 할 일은 없다. 빨래, 청소만 해결하면 그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적응에 애를 조금 먹었다. 경남고에서 너무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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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넥센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정말 좋다. 다들 훈련에 파묻혀 지낸다. 살벌한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것 같다. 가장 본받고 싶은 건 송지만 선배다. 불혹의 나이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하신다. 지금껏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를 처음 보는 것 같다. 존경스러울 정도다.

스투 처음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를 기억하나.

무서웠다. 가만히 있는데도 선배들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졌다. 함께 입단한 신인 선수들과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알고 보면 모두 좋은 분들이더라. 먼저 말을 걸어주는 자상한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있다.

스투 자주 대화를 나누는 선배는 누구인가.

(이)태양이 형이다. 시즌 준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던진다. 발목 관리, 스트레칭, 피칭 등 다양한 부분들을 늘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답변해주셔서 고맙다. 부산 동삼초교 선배인 김성태 선배와 경남고 선배인 장기영, 박정준 선배도 빼놓을 수 없다. 벌써 밥을 몇 번이나 얻어먹었는지 모른다. 제육덮밥, 삼겹살, 갈매기살…. 나중에 다 갚아야할 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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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신인왕이다. 입단 때부터 타이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던 것 같다. 따낼 수 있는 기회가 딱 한 번 아닌가. 좋은 성적으로 꼭 수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 보직은 크게 관계없다. 주어진 역할만 해낸다면 충분히 따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의 목표는 1군 엔트리 합류다.

스투 프로야구에서 어떤 투수로 남고 싶나.

팬들이 그러더라. 이름을 영어로 바꿔 줄여놓으면 H만 3개라고. 그래서 프로야구계의 트리플H가 되고 싶다(웃음).

스투 트리플H?

미국 프로레슬링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을 주름잡는 선수 아닌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레이 미스테리오지만 이름과 명성을 고려하면 꼭 트리플H로 거듭나고 싶다.

스투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나.

이전에 후배들 앞에서 자주 기술을 시전했을 정도다(웃음). 특기는 케인의 ‘초크슬램’과 숀 마이클스의 ‘스위트 친 뮤직’이다. 프로야구 무대에 선 내게 직구와 커브 같은 기술들이다. 이승엽과 같은 선배들을 꼭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프로야구계의 트리플H는 자연스럽게 되어 있지 않을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1년작)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트리플H(오른쪽)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1년작)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트리플H(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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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H는 누구?
WWE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본명은 폴 마이클 레베스크. 주로 악역을 수행했음에도 불구, 화려한 기술과 쇼맨십으로 많은 프로레슬링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남긴 이력은 화려하다. 1992년 프로레슬링에 입문, 월드챔피언만 13차례 거머쥐었다. WWE 회장 빈스 맥마흔의 딸인 스테파니와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현재 WWE의 최고 운영책임자(COO)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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