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새해에도 福(복)은 듬뿍 찾아오고, 모든 厄(액)은 멀리멀리 사라지게 하소서...” 정월대보름이 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밤, 잣, 땅콩과 호두와 같은 부럼을 깨며 소원을 빌고 대보름음식을 차려 먹는다. 이는 예로부터 조상들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자 아름다운 전통이다.
정월대보름은 조상들이 방아타령을 부르며 풍년을 기원하고, 불을 담은 깡통을 빙빙 돌리면서 논둑을 달리는 쥐불놀이나 달집태우기를 하던 명절 중의 큰 명절이었다. 최근에는 정월대보름이 되면 곳곳에서 달집태우기, 윷놀이(擲柶) 대회를 열거나 시민들에게 부럼을 나누어주는 행사를 함으로써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잡곡밥이나 나물을 먹는 대보름의 먹거리는 집집마다 잘 챙기고 있다. 그건 음식을 통해 가족의 건강은 물론 희망과 소원을 함께 나누었던 우리네의 마음인데, 정월대보름의 잡곡밥과 나물은 최근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혜로운 우리네 특유의 덤 문화가 아닐까?
원래 쌀을 비롯한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곡은 아주 친근한 음식이다. 쌀에 조, 수수, 팥, 콩 등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 먹는 오곡밥은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몸에 좋다. 특히 당뇨와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오곡밥은 혈당수치를 낮춰주는 약식이 된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비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함은 물론 습기를 제거하여 살이 찌고 지방이 많은 체질에 좋다고 하였다.
한편 정월대보름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부럼이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딱딱한 부럼을 깨물어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빌었다. 부럼을 깨면 치아가 튼튼해지고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부럼을 서로 나누거나 구내식당에서 부럼을 넣어 메뉴구성을 하는 방법으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부럼은 “견과류의 다양한 필수지방산의 섭취로 노화방지 및 두뇌활동을 개선”하므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의 이벤트도 좋지만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달맞이도 하고 밥상에 오곡밥과 아홉 가지 묵은 나물로 가족과 함께 정겨운 식사를 해보자. 오곡밥과 구색 나물을 먹다보면 보름달처럼 우리의 마음도 환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번 정월대보름에 제주도에서는 ‘들불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제주의 대보름행사를 통해 전통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름대로 바라는 바가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는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사랑이라 여긴다.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과 정월대보름은 새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 새해가 시작된 후, 다시 2월의 초입이다. 나는 우리의 건강, 행복, 사랑 그리고 다이어트에서 모두가 다 희망적이기를 바란다.
< 미사랑피부비만클리닉 원장 / 식품영양학 박사 전형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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