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홀인원 다섯 차례에 이글이 120차례, 아마추어골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알바트로스까지 작성했다.
그야말로 '강호의 고수'다. 만 67세,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260야드가 넘는 장타를 구사한다는 것부터 놀랍다. 김승배 ㈜메타넷 부회장(사진)이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베르나르도골프장에서 열린 월드시니어아마추어 개인전 준우승에 이어 2010년에는 전북 무주골프장에서 치러진 한국시니어아마추어 우승 등 공식대회에서도 여전히 맹활약중이다. 김 부회장을 만나 '고수가 되는 비결'을 물어봤다.
골프 입문은 당연히 독학이었다. "방에 큰 거울을 설치하고 책을 보며 그립 잡는 법부터 연구했다"는 김 부회장은 "그립을 완성하는 데만 1주일이 걸렸고, 나중에는 아예 책을 통째로 외웠다"며 "사실 라운드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골프카트에 작은 카펫을 싣고 다니다 모래 위에 내려놓고 샷을 한 뒤 다시 이동하고, 기름을 부어 다진 그린에서 퍼팅하는 이른바 '사막골프'다.
▲ 8개월 만에 '2오버파'= '골프다운 골프'는 한국에 돌아온 81년 봄에 시작됐다. "처음 라운드를 나가서 100개를 쳤다"라는 김 부회장은 "갑자기 오기가 생겨 집 근처 연습장에 등록한 뒤 매일 새벽에 나가 몸을 풀고, 퇴근하는 길에 다시 들러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연습했다"고 혹독한 수련과정을 소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8개월 만에 안양(현 안양베네스트)에서 2오버파 74타를 쳤다.
▲ 강력한 멘탈, 그리고 '자신감'= 김 부회장은 해병대 군 복무시절 베트남전까지 참전했던, 회사에서는 90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 98년 효성드라이비트 대표이사에 취임해 CEO까지 역임했던,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를 더했고, 또 건축기술사로서 중앙대에서 15년 동안이나 강의를 진행한, 골프계에서는 지금도 대한골프협회(KGA) 시니어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무엇이든 한 번 결정하면 반드시 정상에 이루는 캐릭터, 그 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했다. '자신감'이다. "아마추어골프대회도 결승전쯤 되면 엄청난 압박감을 받는다"는 김 부회장은 "한원골프장 클럽챔피언에 오를 때도, 월드시니어나 국내 시니어대회에서도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면서 "이럴 때는 승부 샷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주문을 건다"고 했다.
▲ 골프는 '장수의 운동'= 베스트 스코어가 66타다. 노보기에 버디 6개, 다른 한 번은 이글 1개에 버디 6개, 보기 2개를 기록했다. 프로 선수 스코어카드다. 요즈음도 70대 초반의 완벽한 싱글핸디캐퍼다. 당연히 체력관리가 필요하고, 이는 자신감의 근원이기도 하다. 아침마다 집 근처 매봉산을 오르내리는 까닭이다. 최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이 이어졌지만 어김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다.
김 부회장은 골프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아무리 잘 쳐도 만족이 안 되는 운동"이라며 "그래서 언제나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한국골프의 역사라는 한양골프장에 갔더니 90세 이상의 골퍼가 27명이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대자연과 호흡하는 골프야말로 장수의 운동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국내 골프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골프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김 부회장은 "골프장 경영합리화를 통해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 비용 등은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게 오히려 파이를 키워 국내 골프장이 살아남는 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