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오릭스에서 기대한 성적을 남기지 못해 죄송하다.”
이승엽이 8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매듭지었다. 21일 일본 호토모토 고베필드에서 탈퇴 기자회견을 갖고 지나온 발자취를 아쉬워했다.
맹활약은 2006년 요미우리와의 계약에서 큰돈을 안겨줬다. 4년간 무려 30억 엔을 챙겼다. 이승엽은 입단 첫 해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을 기록,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왼 엄지 수술 등의 후유증으로 타격 폼이 무너지며 성적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8년간 남긴 통산 성적은 타율 2할5푼7리 159홈런 439타점. 2004년 도전장을 내밀며 노린 수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승엽은 “한국과 일본 야구는 같은 아시아권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다”며 “거기에 빨리 익숙해지지 못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력과 기술 모두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가장 큰 안타까움은 올 시즌이다. 주전 1루수를 꿰찼지만 타율 2할1리 15홈런 51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팀도 최종전에서 패해 승률 0.0001 차로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승엽은 자신을 끝까지 선발로 기용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캠프에서 처음 만나 보여줬던 믿음이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변하지 않았다. 신뢰감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준 믿음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재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10월 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향후 진로에 대해 그는 “한국시리즈 뒤 다양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쌓인 피로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에서 뛰는 동안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응원을 영원히 마음에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릭스 구단 측은 “‘보물 타자’인 이승엽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었지만 본인이 긴 고민 끝에 한국 복귀를 결정해 탈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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