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손을 씻었습니다. 하지만 공포는 좀처럼 씻어지지 않더군요. 9월 22일 개봉한 <컨테이젼>에는 산발한 귀신이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지 않습니다. 칼을 든 살인마가 밤길을 쫓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태연하게 도사리고 있는 진짜 공포와 러닝타임 내내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 숨 쉬는 공기 속에, 우연히 스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21세기 질병은 빠르고 강력하게 전염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성을 파괴하고, 관계를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하죠.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우, 주 드로, 케이트 윈슬렛... 아카데미 주연상 급 스타들이 줄지어 나온다고 해서 극적인 드라마를 기대하진 마세요. <컨테이젼>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기록한 135일간의 건조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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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임파서블4: 고스트프로토콜>@GhostProtocol이 12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30분가량의 영상을 언론에 미리 공개했습니다. 이날 제작자인 브라이언 버크는 “미국의 편집실을 벗어나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영상"을 직접 들고 한국의 시사회 장을 찾았는데요. 모래 폭풍 속에서 온몸으로 사투를 벌이는 톰 크루즈에게서는 CG가 만들어낼 수 없는 어떤 숭고한 열의가 느껴지더군요.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외벽을 특수 장갑을 끼고 기어오르는 모습에서는 스파이더 맨의 영역을 넘보는 욕심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톰 크루즈. 그 뜻을 알아버린 남자는 이제 하늘까지 점령할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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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 9월 29일 개봉하는 <카운트다운>@sidusfnh의 예고편에 완전히 속았습니다. 채권추심원(정재영)과 매혹적인 사기꾼(전도연)의 ‘피도 눈물도 없는’ 두뇌 게임처럼 소개된 <카운트다운>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는 사실 모성과 부성이 뒤엉킨 뜨거운 드라마더군요. 연변 흑사파 두목으로 등장하는 오만석의 탁월한 흥분 연기와 근엄한 보스 이경영의 떨어진 볼펜도 다시 주워 담는 절약 연기는 놓치면 아쉬운 웃음의 뇌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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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수)까지 열리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Docs가 9월 22일, 세 번째 빗장을 풀었습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연출한 올해 영화제의 트레일러는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배우 유지태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 박준형 군이 출연했는데요. 방독면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시대를 넘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세상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희망 찬 뒷모습을 통해 이 영화제가 꿈꾸는 땅을 잠시 나마 밟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파주라니 너무 멀다고요? 6호선 합정역 8번 출구 앞에서 아침 10시부터 2시간 단위로 운행하는 셔틀 버스가 있다고 하니 이 기회에 숨 막히는 서울을 잠시 탈출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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