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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하주석, 행복한 갈림길에서 생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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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하주석, 행복한 갈림길에서 생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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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특별하다. 신생구단 엔씨소프트의 합류로 9개 구단이 지명에 나선다. 지난해 78명보다 더 많은 호명이 예상된다. 8월 25일 신세계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스카우트들이 주시하는 그들을 미리 만나본다.

① 노성호, 아마추어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왼손 투수
② 나성범, 메이저리그를 홀린 특급 왼손 투수
③ 김원중, 미래가 더 기대되는 오른손 투수
④ 이민호, ‘컨트롤 마법사’ 꿈꾸는 오른손 투수
⑤ 이현동, 아마추어 최고의 팔방미인
⑥ 한현희, ‘뱀 직구’ 뿌리는 사이드암 투수
⑦ 변진수, 황금사자기를 달군 사이드암 투수
⑧ 하주석, 韓·美 스카우트를 홀린 만능 유격수

생년월일 : 1994년 2월 25일
체격조건 : 186cm, 85kg / 우투좌타
학력 : 이태원초교·학동초교·강남초교, 덕수중, 신일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그 타이밍은 빨랐다. 17살 때부터 최대어로 손꼽혔다. 가장 눈길을 모은 건 방망이. 정확성과 파워를 모두 갖췄다. 신일고 1학년이던 2009년 이영민 타격상을 거머쥐었을 정도다. 그는 내외야 전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강한 어깨와 타고난 유연성을 자랑한다. 1루를 4초 만에 주파하는 빠른 발도 지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스카우트들로부터 ‘제 2의 추신수’로 불린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특급 유망주, 하주석이다.
프로구단들의 구애는 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하다. 신일고 관계자는 “스카우트들이 평일 오후 훈련에도 학교를 찾아와 몸 상태를 점검하고 간다”고 전했다. 지나친 관심은 부담으로 연결되기 십상. 하주석도 예외는 아니다. 타격감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저히 줄어든 안타 수. 방망이는 어느덧 특유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렸다. 잇따른 부진에 자신감마저 점점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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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큰 타구를 때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조언에 따라 홈런과 같은 장타를 노리다보니 타격 밸런스가 금세 무너져버렸다. 지난 동계훈련에서 손목까지 다쳐 회복이 쉽지 않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흔들리는 마음가짐이다. 스카우트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조급함을 더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최근 하주석은 2년 전 자신의 타격 영상을 매일 챙겨본다. 자세를 유심히 관찰하며 타석에서의 문제를 꼼꼼히 체크한다. 덕수중 입학 때부터 써내려온 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신일고 진학 뒤로 펜을 내려놓았지만 계속된 침체에 남은 여백을 메우기로 했다.

“지적받은 부분을 빨간 색으로 적는데 갈수록 그 비율이 늘고 있다. 어제도 높은 수비 자세로 쓴 소리를 들었다. 백핸드에서 스텝을 빨리 바꾸지 않아 혼났기도 했고.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스카우트들은 이 같은 근성에 합격점을 준다. 국내 프로구단 한 스카우트는 “17살 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아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흔들림 없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 개선하는 능력이 빼어나다”고 평했다.

하주석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하나 더 있다.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사이의 갈림길이다. 올해 초만 해도 거취는 미국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박찬호, 김병현 등의 에이전트를 맡았던 제프 보리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협상은 계약금 등의 이견 차로 지지부진하다. 정영일 등 도전을 감행했던 많은 선수들의 실패도 계약을 망설이게 만든다.

이에 국내 프로구단 한 스카우트는 “국내 잔류로 거취가 기울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메이저리그 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엔씨소프트가 우선 지명권 2장을 모두 투수에 사용할 가능성이 커 나머지 구단 모두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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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주석의 생각은 어떠할까. 그는 질문을 받자마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고민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시달린 탓인지 오히려 괴로워보였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아버지와 최재호 감독의 의견에 따를 생각이다. 어디를 가도 야구를 그만두는 건 아니니까.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다음은 하주석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2년 전부터 빼어난 기량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하주석(이하 하) 수비다. 이전부터 약하다는 평이 많아 동계훈련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스투 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데.

초등학교 때는 외야수를 담당했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은 건 덕수중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가장 적성에 잘 맞는 듯했다. 하지만 포지션을 계속 고집할 수는 없었다. 진학한 신일고에 선배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그래서 1루수와 2루수 등을 함께 병행하게 됐다. 물론 지금은 유격수만 맡는다.

스투 유격수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어깨가 강한 편이다. 3루간 깊은 타구를 잡아 1루에 노바운드로 던질 수 있다. 올해 실책을 두 번 저질렀는데 3루간 타구는 한 차례도 없었다. 동계훈련 때 백핸드 스텝을 많이 연구했다. 더 견고하게 가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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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따로 유격수 수비를 공부하기도 하나.

박진만(SK) 선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3루간 타구 처리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텝을 길게 하지 않고 그대로 던진다. 아직 배울 점이 많다. 백핸드에서의 손동작이나 바운드 계산 등을 더 익혀야 한다. 백승훈 코치의 조언 덕에 효율적으로 배워나가고 있다.

스투 올해 수비에 승부수를 던진 까닭이 궁금하다.

지난해 인터넷 야구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돌 글러브’라는 평을 많이 접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훈련한 것 같다.

스투 이전까지 수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 방망이가 최우선이라고 여겼다. 타격으로 주목을 많이 받다보니 수비에서 부담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보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잭 윌슨(시애틀)의 영상을 즐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투 올해 수비력은 향상됐지만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팀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덕수고와의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많이 아쉬웠다. 덕수고를 만나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아마 덕수고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 올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황금사자기 패배는 내 책임이 크다. 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고의사구로 두 번 출루하는데 그쳤다. 상대 투수들은 주자가 2루에만 있으면 승부를 피했다. 자꾸 기회를 잃다보니 타격감을 찾기 어려웠다. 솔직히 덕수고라는 산만 넘었으면 우승은 우리 팀의 차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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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패배 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겠다.

여느 해보다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황금사자기에서 나는 팀의 리더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잘 했어야 할 타이밍에 부진한 셈이다. 너무 억울한 나머지 5일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스투 승부욕이 남달라 보인다.

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어떤 경기든 그러하다. 초등학교 때는 축구경기에서 지고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특히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한 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승기가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스투 어렸을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나.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가 복싱과 럭비 선수 출신이다. 어머니도 핸드볼 선수였고. 그 피를 모두 물려받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 100m 달리기를 하면 가장 빨랐다. 그래서 이태원초교 1학년 때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공격수로 2년간 뛰었다. 야구를 접한 것도 빠른 발 덕이었다. 옆 반 선생님이 운동신경을 눈여겨보고 남편인 김영택 학동초교 야구감독에게 테스트를 추천했다.

스투 당시 야구라는 스포츠를 알고 있었나.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딱딱한 공이 그저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야구선수로의 성장을 적극 권장했다. 어머니는 그 반대였다. 4학년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하면 야구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투 그래서 100점을 맞고 운동을 재개했나.

아니다.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70점에 그쳤다. 그대로 집에 묶여있게 됐는데 꾀를 써서 겨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스투 어깨가 강한 편이다. 투수를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부모님이 팔을 다칠 수 있다며 야수만을 고집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보고 싶을 때도 있다. 130km대 후반의 구속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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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올해 타석에서의 성적이 다소 부진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말부터 주위에서 홈런에 신경을 쓰라고 했다. 그래야만 계약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장타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윙 폼이 커졌다. 고의사구를 얻는 횟수까지 많아져서 정상적으로 타격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그간 부진을 만회하겠다.

스투 신일고 1학년 때부터 이영민 타격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너무 일찍부터 조명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자만한 것은 아닐까.

그런 점이 없었다고 확신하진 않겠다. 큰 상을 휩쓸면서 나도 모르게 그랬던 같으니까. 부모님은 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말한다. 내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아마추어다. 보완해야 할 점은 많이 남아있다.

스투 프로무대에서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이종범(KIA)과 박진만 선배다. 특히 이전부터 이종범 선배의 유격수 시절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선배들처럼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유격수로 거듭나고 싶다.

스투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느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었나.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활약이 미미했다. 루키리그부터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겁도 하고. (잠시 말을 멈춘 뒤)아직 잘 모르겠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싶다.

스투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이보다 더 행복한 고민도 없다. 그런데 힘들고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장래가 걸린 문제니까. (잠시 말을 멈춘 뒤)아버지와 최재호 감독의 의견에 따라가겠다. 나는 야구만 생각하는 게 옳은 것 같다. 그게 내가 할 일이고 정답이지 않을까.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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