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동서고금, 나이고저, 결혼유무를 막론하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 한 켠에 최고로 로맨틱한 순간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을 희망하며 살아간다. 당연히 그 다음 수순은 최고의 섹스일 것이다. 이제는 철저히 ‘전설’로 남아버린 이름인 성의학자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Kinsey)는 전체 인류를 남자, 여자 그리고 한술 더 떠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구분해 각각 하루 24시간 중 얼마나 섹스에 관련된 생각을 하는지 뇌 구조의 차이를 예로 들며 계량화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제 그 누구도 ‘킨제이 보고서’를 인용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에서 사랑과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거대한지에 관한 킨제이의 확신은 여전히 진리다.
대만 감독 차이밍량의 동명의 1994년 작 제목으로 더 익숙한 영화 ‘애정만세’는 30대와 40대에 접어든 남·여 감독이 각각 40분 동안의 러닝 타임 안에 자신의 사랑관을 진솔한 터치로 전하는 옴니버스 소품이다. 공효진·신민아 주연의 로드 무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은 첫 번째 에피소드 ‘산정 호수의 맛’에서 자신을 투영한 40대의 평범한 주부 순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순 제작비 2억 원으로 만들어진 저 예산 영화 ‘똥파리’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차세대 흥행 감독의 위치에 오른 양익준 감독은 ‘미성년’ 에피소드에서 ‘똥파리’를 한번 더 변주한다.
전반적인 영화 만듦새도 다르고, 연기의 톤 앤 매너도 이질적이다. 그러나 두 에피소드 모두 하고자 하려는 이야기는 명료하다. 사랑을 향한 갈망을 놓는 순간, 동시에 삶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게 된다는 것. 영화의 제목인 ‘애정만세’는 두 감독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최고의 제목이다.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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