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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5년 스타 가위손 헤어케어 명장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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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종0809 이종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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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과 손잡고 헹굼 필요없는 ‘트리트먼트’ 개발 대박

지난해 11월 말, 수면 헤어케어 제품 론칭이 있던 한 홈쇼핑 방송 현장. 분주한 분위기가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방송 초반부터 주문 전화가 몰려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더니, 급기야 물량 부족으로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방송을 끝내야 했다.
목표 수량보다 20% 이상이 팔려나갔고 같은 시간대 방송 효율은 130%를 거뒀다. 통상 프라임 타임에 속하는 저녁 및 심야대가 아니라 토요일 오전 시간대에, 그것도 헤어 관련 브랜드가 홈쇼핑에서 매진되는 일은 극히 드문 사례라는 게 홈쇼핑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이 놀라운 장면을 연출한 주인공은 헤어숍 라메종0809의 이종문(43) 대표다. 도대체 어떤 제품을 만들어 갖고 나온 거야? 첫 선을 보이자마자 순식간에 히트를 쳤다.

알고 보니 이 남자, 이력이 참 화려하다. 조인성, 박중훈, 박신양, 이영애, 신민아, 배두나 등 국내 톱스타들에게 머리를 해주는 유명 헤어 디자이너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한 각종 방송 및 CF 관련 작업까지 섭렵했다. 게다가 직접 개발한 제품을 대박 반열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이름이 곧 인기 헤어 브랜드로 통하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언뜻 보기엔 ‘이름값’으로 인한 후광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의 껍질을 벗겨보니 그 안에는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이 대표를 만나 인생과 미, 경영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었다.
불편함 속에서 대박 신제품 찾아내다

짜고 하는 일일까. 최근 미용업계는 ‘원장님 브랜드’ 풍년이다. 이경민의 ‘비디비치’, 조성아의 ‘루나’, 손대식·박태윤의 ‘SEP’ 등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뷰티숍 원장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혜성 같이 등장한 미용업계의 ‘스타’가 있었으니 바로 ‘헤어엔 바이 이종문(Hair. N by Lee jong moon)’이다.

이 대표의 25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애경과 2년간 공동 개발한 모발 전문 관리 제품이다. 홈쇼핑 방송 당일, 매진 사례를 기록한 데 이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서 ‘제품 좋다’란 후기가 쏟아졌다. 삽시간에 퍼진 입소문 덕에 올 1월 정식 출시 이후 4월까지 단기간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을까. ‘헤어 트리트먼트는 번거롭다’는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머릿결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트리트먼트 과정은 제품을 바르고 10~20분쯤 뒀다가 물로 헹궈내야 한다. 모발의 큐티클이 활짝 열려 영양성분이 잘 침투될 수 있는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모처럼 트리트먼트를 할라치면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지루하긴 하다. 공감한다. 기자도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자기 머리를 ‘방치’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으니까. 역시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 그가 기자의 푸석한 머릿결과 상태의 불량함을 지적해낸다. 헤어엔은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다. 누구라도 특별한 테크닉 없이 집에서 쉽게 미용실의 전문 트리트먼트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헹굼이 필요 없는 나이트 케어’라는 콘셉트를 도입했어요. 헤어엔 시리즈 가운데 ‘리브 온 에너지’는 데일리 스프레이 타입으로 고안했습니다. 인체가 가장 활발하게 회복되는 수면시간을 활용해 피부처럼 꾸준히 관리하면 모발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원리예요. 그냥 칙칙 뿌리고 자기만 하면 관리가 되는 거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간편하게 트리트먼트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비싸고 좋은 트리트먼트를 2~3개월에 한 번 하는 것보다 평상시 매일 하는 습관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음식 및 담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수를 머리에 뿌리곤 하는데 알코올 함량이 높아 단백질과 수분이 함께 날아간다고. 수분과 영양은 물론 향기, 윤기를 부여하는 헤어미스트로서의 역할도 추가했다. 여기에 핸드백에 쏙 들어갈 수 있게 100ml 용량으로 맞췄다. 또 끈적이지 않고 베개에 묻어나지 않아 사용감도 좋다.

한국인들은 헤어 제품 투자에 인색한 편이란다. 미용실 트리트먼트가 1회당 보통 10만~20만원이 드는데 데일리용으로 4~5개월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 제품 하나가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그의 습성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일이 있든 없든 매일 출근, 현장을 찾아 직접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 경영 방식을 고수한다.

소비자를 알아야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신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전쟁터 최전선에 있는 장수와도 같아요. 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알아야 하죠. 머릿결을 위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지 물어 봐요.

그러면 자신의 생각,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등 많은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소비자에 대한 새롭고 디테일한 사실을 알게 되는 거죠. 명품이 왜 명품인지 아세요?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판가름 나는 겁니다.” 결국 헤어엔에 대한 열렬한 반응도 이런 고객과의 교감에서 나온 ‘예견된’ 결과였다. ‘간단하다, 쉽다, 편리하다’를 화두로 아이디어는 구체화됐다.

든든한 지원군 만나 날개를 달다

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애경과 손을 잡았다. 선택은 대성공. 사실 헤어 제품 출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풍성한 볼륨을 살려주는 블로우매직 에센스를 내놓은 적이 있다. 반응이 좋았지만 새 아이템에 대한 기술 개발은 충분한 서포트 없이 단독으로 진행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애경과의 만남은 이러한 깨달음의 대안이었다.

“애경은 우선 에스따르, 케라시스 등 다양한 헤어 제품군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라 연구 성과와 기술 노하우가 풍부했죠. 홈쇼핑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하고…. 제 감성을 기술적인 면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줄 협력자로 이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공동 작업을 하면서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애경 연구소의 고집스러움이었다. 출시일을 앞당기기 위해 제품 개발 및 테스트 과정을 단축할 법도 한데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원칙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는 것. “애경이란 회사는 이 제품은 믿고 사도 된다는 하나의 보증수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다고 난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기획부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마스크 팩처럼 비닐 모자에 내용물을 밀봉할까. 빗에서 영양성분이 나오게 할까. 열 처리를 한 전기모자 타입으로 만들까. 식상함을 탈피하려고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요. 여러 사람들과 회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혼자일 때보다 꽤 힘들었습니다. 훌륭한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인고의 시간이었던 셈이죠.”

명품 반열 아티스트 브랜드 만들 것

이 대표가 헤어디자인의 세계에 입문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다. 고등학교 때 들른 한 미용실에서 현란한 가위질이 빚어내는 무한한 창조적 감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틀에 갇혀 있는 걸 싫어하는 대신 창조적인 작업을 좋아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개성과 감성을 발휘할 수 있는 헤어디자인이 천직처럼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마치 필연처럼. “당시는 남자가 미용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때였죠. 남자 미용사를 잘 써주지 않았고 취업해도 바닥 청소나 전구 갈기 등 허드렛일만 하기 일쑤였어요. 세상의 인심이 이런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한 건 당연했어요.”

그는 헤어디자이너 1세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최초’라는 영광의 타이틀 뒤에 숨은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음을 털어놨다. 그렇게 해서 그는 1987년 헤어디자이너로 첫 발을 뗐다. 스태프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거울로 고객의 얼굴을 보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었으며 손재주까지 없었지만 적극성 하나로 밀어붙였다. 기술은 좀 부족해도 ‘하겠다, 해보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현했다. 남의 시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헤어디자이너 생활 10년 만인 28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서울 압구정동에 자신의 미용실을 차렸다. 4년 후 가게를 확장한 데 이어 2004년 청담점, 2005년엔 분당점과 부산점을 열었다. 2008년 몇 개 지점을 더 내고 2009년 지금의 라메종0809의 오픈까지 승승장구였다. 업계도 인정한 ‘창조+노력 본능’을 바로 그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단한 노력과 연마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 아티스트가 됐고 대학 강의도 하고 있죠. 패션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는 최범석씨도 출발은 고등학교 졸업 후 동대문 시장에서였어요. 이제는 전문성만 확고하다면 학력은 상관없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예쁘게 그래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 최종 꿈, 목표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로레알이나 웰라 등 메이저 회사에서만 헤어 제품을 만든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에요. 헤어디자이너가 손을 대면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헤어엔을 대표적인 아티스트 브랜드로 키워나갈 겁니다.”

애경과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벌써 샴푸만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한 신제품을 공동 개발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머리카락을 자라나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단다. 오늘도 그는 고객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혁신이 춤춘다.


이종문 대표가 말하는 美의 철학
건강한 아름다움은 건강한 모발에서


그는 “헤어스타일은 와인과 같다. 햇빛, 토양, 바람 등 환경에 따라 해마다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 것과 꼭 닮아 있다”고 말했다. 오늘과 내일의 머리 상태가 다르고 같은 스타일의 머리라도 그 사람의 패션과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연출되기 때문. 이 대표는 “아름다움은 건강한 습관을 통해 근본에 충실할 때 나온다”고 강조한다.

제품 개발에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돼 있다. 토양이 좋지 않으면 나무의 성장도 잘 이뤄지지 않는 법. 머릿결 ‘속’ 건강을 다스리는 게 핵심이란 얘기다. 근본을 제대로 다스려 모발 구조를 튼튼하게 해주면 머릿결과 두피가 좋아진다.

실크처럼 부드러워지니 린스를 쓰지 않아도 되고 빗질이 수월해진다. 불필요한 힘을 가할 필요가 없어 머리카락도 덜 빠진다. 이는 탈모의 예방으로 이어진다.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미의 기준이다. “당신도 진정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 머릿결이 건강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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