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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허정무① '허정무 유치원'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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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허정무① '허정무 유치원'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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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2009년 당시 경남FC를 이끌던 조광래 감독은 어린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번외지명 등을 통한 일종의 외인구단이었다. 조 감독은 이들을 조련해 새로운 팀을 만들었고, 시즌 후반기 연승 행진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이듬해에는 한때 리그 1위를 달리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에 '조광래 유치원'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도 젊은 선수 육성을 통한 강팀으로의 재탄생을 꿈꾼다. 인천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다. 재정이 풍족해서가 아니다. 선수단 상당수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해 번외지명된 신인, 혹은 다른 팀에 뽑혔지만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이적한 선수들이다. 당연히 연봉수준도 낮다.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미처 발현시킬 기회가 없었던 '외인구단'인 셈이다.
이들 중에는 특히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2000년대 초 허정무 인천 감독이 이끌던 유소년 축구클럽인 용인축구센터 1기생들이다. 이중 김재웅과 박준태는 지난달 성남 일화와의 홈경기에서 각각 선제골과 결승골을 작렬, 허 감독에게 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허정무 유치원'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박준태는 세 차례 K리그 주간 베스트11는 물론 7라운드 MVP에도 선정됐다. 김재웅은 9경기에서 4골을 뽑아내며 주목받았다. 나아가 허 감독은 한교원, 유준수 등 젊은 신예들을 대거 기용하며 인천을 K리그에서 가장 재능많은 팀 중 하나로 변화시키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붙자 팀 성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첫 승 이후 인천은 3승1무1패를 거뒀고, 최하위권이던 리그 순위도 어느덧 10위까지 올라섰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와의 승점 차도 3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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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무 유치원장'의 믿음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요즘 인천을 보면 '허정무 유치원'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허정무(이하 허) 하하, 그런가. 인천 구단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선수 육성은 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없는 살림에 비싼 선수 막 사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 더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

스투 김재웅, 박준태 등 용인축구센터 출신 선수들의 요즘 활약을 보며 많이 흐뭇하겠다.

물론이다. 재웅이와 준태를 보며 어렸을 때 좋은 기술, 기본기를 갖춘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용인 시절 어린 선수들에게 승부를 떠나 기본기를 가르치려 했다. 둘 다 체격 면에서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웃음) 어렸을 때 기술과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두면 커서도 좋은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다.

스투 젊은 선수들 중에는 그렇지 못한 선수도 많을텐데 안타까울 듯 싶다.

우리나라 학원 축구는 여전히 성적위주다. 아무리 주말 리그제로 바뀌었다고 해도 학원 축구 중심으로 되어있다 보니 성적에 목을 맨다. 큰 핸디캡이다.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커서도 훨씬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몸의 밸런스나 기술을 잘 배워두면 오래가고 발전한다. 어렸을 때 축구하기 좋은 밸런스를 못 잡아주고 기본기가 습득되지 않은 채 나이가 들면 몸이 굳어서 잘 안된다.

스투 개막 미디어데이 때 "국가대표로 성장할 최고의 재목"이라고 극찬했던 유준수는 어떤가

준수는 어린애가 음식 먹다 체한 느낌이다. 뭔가 뚫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시간이 약이다. 가진 것은 많은 선수인데,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스투 선수 안의 잠재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겠다.

물론 아깝다. 치고 나가야 되는 선수들이다. 모두 대표급으로 충분히 성장할 재목들이기도 하다.

스투 신예들이 활약한 덕분에 '유병수 원맨팀'이란 인상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유병수의 의존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없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팀이 어느 한 선수에 치중하면 약해진다. 선수 본인 자체도 각성해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가끔씩 병수에게 채찍 같은 말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천수-김남일, 언젠가 왔으면

스투 수비형 미드필더 고민이 많다고 들었다.

안재곤과 정혁이 부상을 당한 것이 크다. 우즈벡 용병 카파제도 당초 생각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계속 선수 영입을 추진 중이다. 7월 1일에 선수 등록이 시작되니 그 전까지 찾아볼 생각이다. 국내 선수 중 임대 대상자도 찾아보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외국인 선수 교체도 고려할 생각이다. 다각도로 준비 중이다.

스투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인천 출신인 이천수나 김남일을 영입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얘기했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이자 인천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다. 이천수나 김남일 같은 선수들이 고향팀에서 마지막 경력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때가 되면 오지 않겠나. 물론 이천수는 좀 더 복잡한 문제가 있고, 다들 계약이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순 없다. 그냥 바람일 뿐이다.

◇ "드래프트 제도는 철폐되야"

'조광래 유치원'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이 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허정무 유치원'은 여기에 좀 더 발전적인 구조를 꿈꾼다. 드래프트에서 흙속의 진주를 찾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유소년 시스템의 확립이다.

스투 인천 부임 당시 강력한 유소년 시스템을 클럽에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계속 추진 중이다. 기존에 있는 걸 바꿔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일단 기본 시설부터 갖추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2000년대 초 총감독으로 있던 용인축구센터가 기폭제가 돼 그 이후로 유소년 시스템이 주목받았다. 협회도 많이 신경을 썼고, 실제로 그 이후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다.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보람도 있다.

스투 클럽 차원에서 제대로 유소년 육성을 하려면 드래프트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드래프트는 사실 악법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어쩔 수 없다면 거기에 맞게끔 보완을 해야 한다. 당장 유망주가 일본으로 나가고 있다. 물론 나가서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가 더 많다. K리그에서 좀 더 다듬어진 뒤 나가도 나갔으면 좋겠는데, 타의에 의해, 돈 때문에 무작정 나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스투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까.

사실 드래프트가 돈 아끼려고 만든 제도 아니냐.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져서 계약금이 치솟다 보니.. 근데 돈이 더 든다. 나 역시 (드래프트 신인 선수의 의무계약기간인) 3년 지나면 돈이 더 들 거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지금 그 시점에 왔다. 실제로 돈 더 많이 나간다. 그럼 보완을 해서 한 명씩은 자유계약으로 한다든가. 점차적으로 늘려 나중에 폐지한다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점을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 답답하다. 유소년 시스템을 잘 갖추려면 클럽에 해당 선수에 대한 기득권을 줘야 하는데 네 명 빼고 전부 드래프트로 전부 몰아버리니까, 누가 선수를 육성하려고 하겠는가.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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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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