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커지면서 미국 의회는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공개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미 상원 법사위 사생활·기술 소위원회는 지난 10일 청문회를 열고 두 회사의 경영진이 출석한 가운데 스마트폰 위치정보의 사생활 침해 여부와 상업적 목적으로의 이용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새삼스럽게 부각되긴 했지만 이같은 위치정보 수집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 속에 파고들어와 있다. 모바일 기기의 위치정보 데이터를 이용한 LBS(위치정보기반서비스)는 몇 년 전부터 자동차부터 보험업계까지 이미 많은 기업들로부터 최고의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어떤 상품의 마케팅을 위해 정보가 필요한 경우 기업은 잠재적 고객층의 연령대·관심사·소비패턴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위치정보는 기업이 목표 고객층을 위한 광고를 어느 곳에 배치할 것인지, 매장을 어디에 낼 지 등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더 직접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장비가 대표적이다. 도로마다 설치된 속도측정기의 위치를 감지해 알려주는 것은 모두 위치정보의 수집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옥토텔레마틱스사가 개발한 위치추적장비의 경우 유럽 내 120만 대 차량에 탑재되어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허락 아래 피보험자의 차량 위치정보, 가속 등 운전특성 등의 정보를 취합해 우량고객을 선정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 차가 멈춰섰을 경우 보험사가 직원을 보낼 때, 차량이 도난당했을 때 등에도 위치정보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치정보를 “요즘 기업체들의 최고 보물”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미비한 법제화와 프라이버시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경우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LBS를 제공하려면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를 받고 사용자의 허가 아래 단순 위치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까지 위치정보의 정의와 활용범위가 명확하게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술의 빠른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위치정보를 마케팅에 적법하게 활용하기 위한 당국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된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도 단말기 제조사가 위치정보를 저장하는 과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규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일부 포털이나 모바일 광고대행사,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등이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인해 당국의 압수수색 등 조사를 받았지만 명확한 위법행위로 판결난 사례는 아직 없다.
당국은 맥(MAC)어드레스 등 개별 기기에 부여된 정보를 수집했을 경우 개인정보 수집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당 기기의 등록정보를 특정 사용자와 1:1로 연결한 데이터가 있어야 논리가 성립되지만 맥어드레스를 소유주와 일치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열되고 있는 사생활 보장 논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위치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면 사용자가 더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이같은 움직임 아래 각국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나 권고지침이 등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나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공공연히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편리함을 포기하면서까지 큰 의미없는 사생활보호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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