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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눈물나게 좋았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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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눈물나게 좋았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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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가 시작하자마자 처음으로 등장해요. 그것도 무반주로 노래 부르면서요. (웃음)” SBS 수목드라마 <49일>의 촬영에 한창인 정일우는 피곤으로 묵직한 어깨와 다르게 그저 신나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살이 걸려 인터뷰 중에도 감기약을 챙겨 먹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맞는 상대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대본을 읽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는 작품에 대해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저승사자라는 말을 끔찍이 싫어하고, 스마트폰과 최신 헤드폰, 바이크로 치장한 스케줄러(정일우)는 죽을 때가 아닌데 죽은 지현(남규리)이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일한 조력자다. 물론 친절한 안내자라기보다는 인간에게 한없이 까칠한데다 “스케줄 꼬이는 걸 제일 싫어하는” 깐깐한 인수인계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현과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스케줄러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 이후 가장 본인 또래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스케줄러를 연기하면서 많이 편해졌다는 정일우는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들뜨고 신난 딱 스물다섯이었다. “평소에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 그가 직접 적어온 목록을 펼쳐놓고 한 편, 한 편 다시 떠올리는 순간에는 배우이기 이전에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었다. 좋았던 영화는 한 편이라도 더 말하고 싶어 할 정도로. “꼭 다섯 편만 추천해야 되나요? <만찬>이라고 최근에 너무 재미있게 본 프랑스 단편영화가 있는데 그것도 꼭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어요. 13분 정도 되는 짧은 이야기인데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이 좋았고, 코믹적인 요소에 반전까지 13분을 굉장히 알차게 쓴 영화에요. 꼭 찾아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일우가 눈물을 흘리며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들을 말한다. 아, 아쉽게도 <49일> 본방송에서는 배경음악에 묻혀 들을 수 없었던 그가 직접 고르고 불렀던 노래는 “7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한”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 데미안 라이스의 ‘Blower's daughter’다.
<#10_LINE#>
1.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Jeux D'Enfants)
2003년 | 얀 사뮤엘

“2년 전쯤에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된 영환데 6번이나 볼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영화예요. 원래 한 번 뭔가에 빠지면 깊게 빠지거든요. 메이킹 필름도 다 봤는데 촬영 기법도 독특하던데요. 두 사람의 비현실적이면서도 로맨틱한 사랑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결말도 특이했구요. 비극적으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극적이지만은 않아서 좋았어요. 코믹적인 요소도 있어서 재밌구요. 이 영화를 보고 마리옹 꼬띠아르의 팬이 되어서 이후로 그 분의 영화는 다 찾아봤어요. (웃음)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사실 연애와 내기는 닮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과 비슷하고, 진 사람이 이긴 자에게 약해질 수밖에 없는 법칙은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연애의 속성과 유사하다. 지금은 완숙한 기욤 까네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내기와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커플로 풋풋함을 더한다.

2. <라 비 앙 로즈> (La Mome)
2007년 | 올리비에 다한

“주로 여배우들이 추천했다구요? (웃음) <라 비 앙 로즈>는 마리옹 꼬띠아르가 나온 또 다른 영화 보게 됐어요. 일단 실화이기도 하고, 실존했던 인물을 그린 영화라 더 몰입이 됐어요. 또 마리옹 꼬띠아르가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에서 보여줬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이라 흥미로웠어요. 영화 사운드트랙도 사서 듣고 너무 재밌게 봤죠. 물론 펑펑 울었죠. 제가 감수성이 막 풍부한 스타일은 아닌데 가끔 이렇게 올라올 때가 있어요. (웃음)”
살아온 인생 자체가 작품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그랬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명하던 그녀가 최고의 가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의 비극까지 <라 비 앙 로즈>는 ‘장밋빛 인생’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한 여자의 인생을 들려준다.

3. <노트북> (The Notebook)
2004년 | 닉 카사베츠

“이 영화도 보고 엄청 울었어요. 굉장히 애잔한 사랑 이야기잖아요. 사실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오래된 시절의 것들이라 공감이 많이 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아마 사랑 영화를 보다보면 사랑하고 싶어지기 때문 아닐까요? (웃음) 제가 이전까진 못 느꼈는데 올해로 스물다섯 살이 됐거든요. 이십대 중반이 되니까 사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릴 때랑 달라져요. 좀 더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흔히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고들 한다. 이루어지지 않는 대신 영원히 흠결 없는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여자를 평생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한 남자가 있다. 설사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영화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4. <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
1996년 | 안소니 밍겔라

“역시 <잉글리쉬 페이션트>도 보고 울었죠. 이상하게 운 영화들만 생각나네요. (웃음) 남자 주인공이 불륜 아닌 불륜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요. 그러다가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려고 사막을 헤매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랑! 아, 정말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남자가 사랑을 믿지 않거나 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랄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윌렘 데포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제 6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등 9개 부문 수상작.

5. <클로저> (Closer)
2004년 | 마이크 니콜스

“서로 다른 커플의 얽힌 사랑을 통해서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변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준 영화인 것 같아요. 푹 빠져서 7번 정도 계속 봤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에요. 그 때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 ‘Blower's daughter’가 깔리는데... 아 너무 좋았어요. 지금까지도 여러 번 듣고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부를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예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처음 찾아올 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 같다. 언젠가는 수명을 다하더라도 잠복기를 거친 뒤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다른 대상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기도 한다. 그런 사랑의 속성에 흔들리고 갈등하는 연인들에 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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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여러 번 놀러갔었어요. 맛있는 비빔밥도 먹고 영화의 거리도 걸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주국제영화제는 기성 감독님들과 신예 감독들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꼭 보고 싶어요.” ‘꼭’에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악센트를 찍는 정일우의 말투에서는 영화제 홍보대사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대사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다. 이제는 함께 홍보대사를 맡은 후배 김소은에게 공백기를 알차게 보내는 법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도 있는 데뷔 5년차. 그러나 정일우는 이제야 연기에 대한 진심, 자신의 일에 대한 진심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그냥 스트레스도 연기로 풀려구요. 무조건 예민하고 조급해지는 게 아니라 힘든 걸 감출 줄도 알게 되고 조금씩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어린 이미지가 아닌 남자다운 이미지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웃음)”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단번에 엄청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고, 그 인기가 사그라지는 걸 지켜보기도 한 그가 내린 결론.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스물다섯 청년이 알찬 배우로 성장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비타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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