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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경련의 죽어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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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전경련이 죽어야 재계가 산다'

재계 맏형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의 역할 부재, 회장 공백에 따른 대대적인 혼선 등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지적도 매섭다. 한 대기업 오너가 사석에서 밝힌 '전경련 무용론'은 뼛속까지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전경련의 암담한 현실에 비수처럼 꽂힌다.
당장 전경련은 '인물난'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조석래 회장 후임 인선을 위한 24일 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 오너들이 고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애초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만 매달린 탓이 크지만 후보군을 기업 오너로 제한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경영 활동에 바쁜 오너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전문 경영인 등 외부 인사 영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으로 시작된 전경련 회장 13명 가운데 유창순 회장(19ㆍ20대)과 손길승 회장(28대)은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전경련의 롤 모델인 일본 경단련(게이단렌)도 전문 경영인이 회장을 맡는다.

'오너 회장직' 파괴는 궁극적으로 전경련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 한 마디로 싱크탱크로의 전환이다. 1961년 탄생한 전경련은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시대가 낳은 유산이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경제 대국을 향한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재계간 '밀실 협력'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경제 시스템이 세부적으로 구축돼 있어서 정부-재벌간 창구 역할이 많이 축소됐다. 오히려 이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거시적ㆍ미시적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 1997년에 단행된 40년만의 법인세 인하, 기업의 환경 보고서 발행 의무화 등은 모두 경단련의 작품이었다. 전경련도 정부와 재벌을 잇는 창구 역할에서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정책 집단'으로 과감하게 진화해야 한다. 이것이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50년 역사의 전경련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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