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잠시 말을 잊은 채 천장을 응시했다. 두 눈에 고인 눈물을 애써 감추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도지사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강원도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만들겠다던 야심찬 그의 계획도 이제 접어야 한다.
이 지사와 검찰과의 악연은 정치권에서 회자될 정도로 질기고 모질다. 6번의 검찰 수사와 특검에서도 오뚝이처럼 살아남았던 그에게 '박연차 게이트'는 행운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정치인생 23년. 그는 이제 '야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강원도 평창의 산골소년이 여의도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1988년 당시 노무현 의원의 보좌진으로 채용되면서다. 노 의원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그는 2003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으면서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렀던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40대 최연소 도지사라는 기록과 함께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읽은 불명애도 남게 됐다. 무엇보다도 향후 정치 일정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향후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저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도민들이 있는 만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여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태백산의 주목처럼 의연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이자 이 지사의 정치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절친'인 안희정 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넘어지고 자빠져도…다시 일어나. 당당하게 살아남자"고 그를 위로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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