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우려 불구 "밀고가라" 독려, 꿈 실현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23일 새벽. 제2고로 화입식 행사를 위해 철야 업무를 하던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사무실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비서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할테니 믿고 행사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서 오시면 된다는 경영진들의 당부에 정 회장도 그러겠다고 했던 터였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은게 순진했다. 새벽 6시, 제철소에 도착한 정 회장은 곧장 2고로 현장으로 달려가 3시간 가량에 걸쳐 시설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행사 리허설을 점검했다.
직원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정 회장 스스로 모든 것을 챙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현대제철 임직원들은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은 이미 1고로 공사 당시 매주 2~3회 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을 직접 챙겼던 정 회장을 봐왔기 때문에 이날도 내심 일찍 오실것이라고 예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미소는 행사시간 내내 계속됐다. 현대제철 46개 사업부를 대표하는 기수단의 경례를 받자 어색한 거수경례를 한 뒤 멋쩍은 표정을 지어 좌중에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6조2300억원을 투자해 6년 만에 완공된 당진제철소는 전 세계 철강업계가 벤치마킹을 하는 한국 철강산업의 상징이 됐다.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2005년 당진제철소 마스터플랜을 작성할 당시 정 회장은 21세기를 맞아 지난 100년간 기존 체제로 유지돼 온 제철소를 어떻게 차별화 할지, 또한 그중에서도 한국 제철소는 어떻게 특화할 지를 고민해 보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친환경 제철소였다. 철광석과 원료를 실내에 저장하는 세계 최초의 '밀폐형 원료 저장시설'과 프로세스 자동화가 핵심이었다.
고로 업계에서 현대제철의 시도를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정 회장은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당진 제철소 설계를 담당한 직원들조차 "사직서를 써놓고 일했다"고 할 정도로 불안해하자 정 회장은 "시작했으니 성공만 꿈꾸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올 1월 드디어 1고로가 가동됐고, 1년도 안돼 100% 가동률에 근접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흑자를 기록했다. 2고로도 성공리에 완공돼 24일 오후 첫 쇳물을 쏟아냈다. 정 회장의 욕심은 성공으로 실현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진제철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과 함께 환경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 추세와 맞물려 일관 제철소에 새로운 녹색성장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진(충남)=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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