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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해보니…3개월만에 122만원 거뜬히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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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할때 현금 받고 가개통한 휴대폰 커뮤니티 등에서 판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공짜폰을 구입하면서 현금을 받고 의무 약정 기간인 3개월 사용 뒤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판매하는 '폰테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신 3사가 출혈을 감소하면서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한 사람이 휴대폰 12대를 개통해 '폰테크'를 했다는 사례도 11일 확인됐다.

이 같은 '폰테크'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통사들이 집행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다보니 건전한 이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3개월 후에 해지를 하더라도 이번 달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이통사의 태도들도 문제다.
서울에 거주하는 A군(19)은 휴대폰 12대를 사용하고 있다. KT 4회선, SK텔레콤 4회선, LG유플러스 4회선을 사용한다. 12대의 휴대폰을 이용하다보니 매월 내는 휴대폰 기본 요금만 해도 월 13만5000원(부가세 포함)에 달한다. 하지만 돈이 들어갈 일은 없다. 12대의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3사로부터 받은 현금이 92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해지할 때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A군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가입한 지 석달 뒤 휴대폰을 해지하고 공기계를 커뮤니티 등에 팔아넘기면 위약금을 내고도 돈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A군이 석달만에 휴대폰 12대를 가입해 얻은 수익은 무려 122만원에 달한다.

이런 폰테크가 가능한 이유는 이통사가 재고로 남은 구형 단말기에 대당 20만~3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실어 판매하기 때문이다. 할부금도 없어 3개월 의무사용기간만 지나면 바로 해지할 수 있다는 점도 폰테크족을 솔깃하게 한다. 최신 휴대폰의 경우, 요금제를 통해 할부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폰테크족은 이를 외면한다. 이 같은 폰테크 방법은 대부분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 주인이나 알고 있던 정보들이 청소년들을 통해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셈이다.

일부 대리점은 회선 유지를 위해 의무 통화량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무 통화량 역시 첫달 3000~5000원 정도만 사용하면 돼 사실상 휴대폰 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폰테크' 위해 쓰지도 않을 휴대폰 12대씩 개통하기도

A군은 지난 주 옥션에서 SK텔레콤용 '와인폰3'를 공짜로 판매한다는 친구의 귀띔에 사이트를 방문했다. 옥션에 올라온 '와인폰3'는 가입비, 유심카드비용, 배송비가 모두 무료였다. A군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것은 휴대폰 1대를 가입할 때 현금 9만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24개월 약정 기간이 있어 해지할때 7만원이라는 위약금을 내야 하고 3개월의 의무 사용기간이 있었지만 해지한 뒤 공기계를 가져다 팔면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얘기에 '와인폰3' 4대를 구매했다.

기왕 사는김에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4회선 이상 개통할 경우 대리점이 개통을 거부하거나 요금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말에 4회선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A군은 배송받은 휴대폰들의 비닐 포장도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뒀다. 사용한 흔적이 없어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휴대폰을 가입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안 A군은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을 이잡듯이 뒤졌다. 네이버와 다음 카페 중에는 더 좋은 조건이 있다는 소식에 카페나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느라 밤을 지샐 정도였다.

결국 포털 다음에서 KT의 '크리스탈폰'을 구입할 경우 현금 14만원을 준다는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A군은 크리스탈폰 4대를 더 주문했다. 며칠 뒤 A군의 통장으로 현금 56만원이 입금됐다. '크리스탈폰'의 경우 24개월 약정에 위약금 14만원을 내야하지만 3개월 의무 사용기간이 끝나는대로 해지하고 단말기를 팔경우 이득이라는 계산이었다. 크리스탈폰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비싸게 팔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현금은 주지 않았다. A군은 비록 현금은 주지 않지만 최근에 나온 단말기라면 다시 팔때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프리스타일폰'을 골랐다. 12개월 약정에 위약금이 4만원 밖에 안돼 해지한 뒤 휴대폰을 팔면 이득이 더 많이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본 요금만 매월 13만5000원, 그래도 3개월에 100만원 수익
A군은 3개월간 12대의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서 기본요금만 매월 13만5000원씩 총 40만5000원을 냈다. 결국 3개월이 지난 뒤 A군은 12대의 휴대폰을 모두 해지했다. 해지 위약금은 85만4148원에 달했다. 매월 낸 기본요금과 더하면 125만9148원에 달한다.

휴대폰 커뮤니티 등을 통해 A군은 '와인폰3'를 대당 10만원 정도에 판매할 수 있었다. 남들 보다 조금 싸게 팔아야 빨리 팔 수 있다는 친구의 조언에 가격을 낮추자 올리자 마자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크리스탈폰'은 대당 16만원, '프리스타일폰'은 대당 13만원에 팔 수 있었다. 한꺼번에 4대를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A군은 3개월동안 휴대폰 12대를 가입 하는 것만으로 총 122만852원의 수익을 얻었다. A군은 매월 휴대폰 유지를 위한 기본요금과 위약금을 더해 125만 9148원을 내야 했지만 휴대폰 가입시 받은 현금 92만원과 휴대폰 12대를 팔아 156만원을 벌었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다. 휴대폰 12대를 개통하고 이를 판매하면서 A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휴대폰 도사가 됐다. 갖고 있던 휴대폰을 모두 해지한 A군은 다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다. 더 좋은 조건에 판매되는 공짜폰을 찾기 위해서다.

◆통신사 마케팅비 올해 상반기만 3조1168억원, 출혈경쟁 자제해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통신3사의 마케팅비는 모두 3조1168억원이 집행됐다. 전체 매출 11조8547억원의 26.3%를 차지할 정도다. 이 마케팅비 대부분은 휴대폰 보조금에 사용됐다. 결국 이 돈의 상당수가 A군과 같은 '폰테크족'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통신3사가 출혈경쟁에 온힘을 쏟았지만 정작 이통사들의 속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달동안 보조금을 써서 가입자를 간신히 유치해도 3개월 뒤면 해지하고 다시 보조금을 주는 통신사를 찾아 떠나다 보니 시장 점유율도 제자리만 맴돌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보조금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경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거꾸로 갈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지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법규 위반시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폰테크'가 건강한 이동통신 시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틈타 이리저리 통신사를 옮겨다니며 시장을 교란하고 중고 단말기 시장을 통한 비정상적 거래가 늘어날 경우, 단말기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대가 넘는 휴대폰을 개통해 실지로 사용하는 사례는 없지만 휴대폰 대리점들의 현금 지급 등 불법 마케팅 사례는 결국 투자에 사용돼야 할 돈이 유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법정 대리인의 동의없이는 휴대폰 가입이 불가능하지만 이를 서류로 대체하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폰테크는 시장 교란의 주범"이라며 "의무 사용기간만 채우고 회선을 해지하는 폰테크족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보조금을 통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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