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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리먼'과 제2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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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포스트 그리스' 사태는 다소 엉뚱한 데서 불거졌다. 영국도, 일본도 아닌 헝가리였다. 1조달러의 '약기운'에 안정을 찾는 듯했던 시장은 또 한 차례 패닉에 빠졌다.

부채 위기가 유럽 대륙을 어디까지 삼키든 본질은 하나다. 위기의 원흉이던 미국 주택 시장부터 투자은행(IB)과 금융시스템, 그리고 재정 불량국까지 부채 위기는 버블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다.
저금리에서 비롯된 값싼 유동성[easy credit]은 버블을 양산했고, 영원할 것 같았던 자산 버블이 무너져 내리면서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일으켰다. 빚으로 집을 늘린 미국 모기지 대출자와 파생상품으로 눈덩이 부채를 가린 리먼 브러더스, 해외 자본에 의존해 적자 재정을 즐긴 그리스 정부는 같은 전철을 밟은 셈이다.

미국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것으로 시작된 도미노는 사막의 기적을 꿈꿨던 두바이를 강타했고,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와 유로존 바깥 헝가리까지 유럽 주변국을 헤집기 시작했다. 다음 충격은 중심국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디폴트 위기에 빠졌거나 죽이기에 너무 거대한 민간 기업과 금융회사를 살리느라 미국과 영국은 위험 수위까지 부채를 늘렸고, 공공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선 일본 역시 위태하다.

기업과 달리 정부(sovereign)는 최악의 경우에도 상환불능(default)이 발생할 뿐 파산(bankruptcy)에 이르지 않지만 시장 충격은 다르지 않다. 유동성 냉각과 급격한 부채 축소(deleverage), 자산 가격 하락까지 진원지가 민간에서 정부로 옮겨졌을 뿐 유럽 사태는 2008년 리먼 파산 당시를 보는 듯한 기시현상을 일으킨다.
소위 '그림자 금융'의 핵이었던 신뢰성 문제에서 유로존 역시 자유롭지 않다. 기초자산을 이뤘던 주택 가격이 폭락하자 시장가치 파악 자체가 불가능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정부 부채는 분명 다르다. 적어도 손에 쥔 사과가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도 다를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로존 재정 불량국 중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간 해외 자금은 2조6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자금이 누구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미스터리라는 데 있다. 잠재된 폭탄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어디에서 폭발할 것인지 오리무중이라는 얘기.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리먼 파산에서 비롯됐던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다시 부상, 은행간 자금 거래는 사실상 마비됐다. 은행권의 유럽중앙은행(ECB) 단기 예치금이 3000억유로를 훌쩍 넘었고, 유럽 은행권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이미 5월 초 리먼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유로존 금융권에 신용경색을 일으킬 위험 인자는 또 있다. 다름 아닌 정부다. 2년 전 금융위기 때 생명줄을 자처했던 정부는 이제 자금시장에서 은행이 설 자리를 위축시키는 존재로 돌변했다.

ECB가 집계한 유로존 16개국의 부채는 2011년 예상 GDP의 88%, 약 8조3000억유로에 이른다. 유로존 정부는 지난해에만 채권시장에서 8000억유로를 조달했다. 유럽 은행권이 2012년까지 차환 발행해야 하는 채권은 8000억유로. 여기에 2011년까지 1950억유로의 부실여신을 상각해야 한다.

채권 시장에서 정부의 구축효과가 가시화된다면, ECB의 채권 매입이 충분하지 않다면 또 한 차례 금융위기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경고가 터무니없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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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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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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