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구구절절(句句節節)한 사연을 마음에 담은 채 속세를 떠나겠지만 그 이유가 꼭 세상이 싫어서 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서 180도 방향을 바꿔 새롭게 제2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됩니다.
30∼40년을 타인과 경쟁하고, 숫자와 씨름하며,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새로운 세상이 그리워질 만도 합니다. 이는 피터 드러커 박사의 표현대로라면 일종의 ‘호기심’이고 종교적으로 말하면 ‘새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일선에서 물러나고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다보니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최근 들어 부쩍 정신세계를 중요시합니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시대의 템포가 매우 빨라지자 마음의 평화를 부쩍 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에 가 보면 서점마다 정신세계를 다룬 책으로 가득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습니까.
뜻한 바가 있어 出家入山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늘고 있다고 하나 아직은 특별한 경우에 속합니다.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은 빨라지고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정년 이후 삶에 대한 태도는 크게 변한 게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는 30∼40대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늘어난 고령인구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60대 이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인생 이모작’에 나설 때 이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힘이 닿는 데까지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며,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발휘하고 또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 보는 등 제2의 인생을 다양하게 설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은퇴 후 20∼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만큼 중요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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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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