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간 클린턴에게 김 위원장은 억류된 두 미국여기자의 특별사면이란 귀국선물을 준 반면, 개성공단에서 억류됐던 현대아산의 직원에 대해서 전혀 언급도 없는 걸 보고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를 쓰고 미국시민권을 얻으려고 애쓰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모씨’-이상하게도 우린 그의 이름도 모릅니다. 비록 한 회사원의 인권문제이나 우리 정부가 북의 협상시스템을 간과하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핵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핵 때문에 모든 현안이 매몰되는 대북정책은 국방만 있고 외교와 통일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금강산관광 중단문제를 포함해서 교착된 남북대화에 정공법이 안 통하면 특사나 밀사를 통해 매듭을 푸는 것이 정상적인 접근입니다. 판문점에서 마주앉아 아랫사람들과 백날을 얘기해봐야 남·북이 얼굴만 붉히고 돌아서지 실속이 없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최근 방북을 타진했으나 북측이 거절했다고 하니 더욱 대체할만한 인사 폭이 좁아졌습니다. 그렇다면-물론 친이(親李)세력들은 펄쩍뛰겠지만-대북특사로 박근혜 의원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작금에 MB의 포용성도 보여주고 지친 국민들에게 신선한 뉴스도 제공할 겸 말입니다.
그녀에게 차기 총리를 운운해봐야 MB의 진정성이냐는 논란만 불러 일으키고 막상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합니다. 당 대표를 맡기에도 시기상조인데다 엄연한 정치실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구도 상으로 별로 할 일이 없다는 현실을 온 국민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할 일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입니다.
물론 2012년 대권구도만 따지면 어림도 없다는 계산이 나오겠지요. 지지도 1위 정치인에게 날개를 하나 더 달아주는 셈이라고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과 대등하게 악수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진 정치인이 이명박정부 안에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걸 어찌합니까.
오랜만에 대지의 잔열을 몰아낼 태풍의 눈 하나가 서서히 북상 중입니다. 이참에 지루한 대치가 계속되는 평택 쌍용차공장의 검은 연기와 국회의 미디어법 대리투표 공방세트까지 함께 내몰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입추가 이틀 남아 그런지 폭염 속에서도 하늘은 연일 푸르고 높아만 갑니다. 저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평양발 워싱턴행 비행기 속에서 석방된 여기자 둘이 자유롭게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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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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