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맥주와 사이다 등 음료수의 병뚜껑은 1982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코르크 마개로 닫혀 있는 맥주병에서 탄산가스가 빠져 나오는 것을 본 윌리엄 페인터는 맥주의 참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가스가 새나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까 연구 끝에 지금과 같은 금속뚜껑을 개발했습니다. 무려 전 세계 144개국에 특허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최근 ‘제품 분해를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 짜내기’란 보고서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보다 나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병뚜껑이라도 일상의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며 개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꼼꼼히 뜯어보라고 강조합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영업직원과 부품 구매담당자까지 모두 모여 제품을 완전히 해부한 뒤 소비자 입장에서 각 구성요소들의 기능과 재질, 비용 등을 따져 보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것, 낭비적인 것을 없애고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품 자체뿐 아니라 제품을 담는 포장용기도 소비자의 요구와 비용 절감의 요인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합니다. 제품 포장을 바꿀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해지고 눈에 띄는 용기를 선보인다면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해양 심층수로 만든 먹는 물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3개월간 여성 300명에게 물병을 쥐어보게 한 뒤 병에 남은 손자국을 토대로 페트병에 굴곡을 만들기도 하였고 다진 마늘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튜브형 다진 마늘 용기’를 개발, 히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병은 600만달러의 발명품으로 유명합니다. 코카콜라 회사는 모양이 예쁘고 물에 젖어도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병속에 콜라가 많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병을 최고 1000만달러를 내걸고 공개 모집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고 병공장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루드는 공장을 휴직하고 새로운 병 만들기에 매진합니다. 만들고 부수기를 몇 달, 어느 날 찾아 온 여자 친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루드는 박수를 칩니다. 그날 그녀가 입은 옷은 당시 유행하던 통이 좁고 엉덩이 선이 아름답게 나타나는 긴 주름치마였는데 루드는 바로 그 주름치마의 주름을 강조하고 곱게 가려진 여자의 엉덩이 모양을 본 딴 병을 만들어 냅니다. 이 병은 코카콜라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80여년 넘게 세계 각국에서 널리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늘 대하는 주전자나 냄비 뚜껑의 구멍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후쿠이에는 감기 몸살로 침대에 누워 쉬다 잠이 들었는데 난로에 올려 진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는 소리에 단잠을 깹니다. 뚜껑을 열어 놓자니 물이 넘치고 닫아 놓으면 시끄럽고 마침 옆에 있던 송곳으로 뚜껑에 구멍을 뚫으니 뚜껑도 들썩이지 않고 수증기도 새어 나와 방안의 습도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병뚜껑 하나에도, 주전자 뚜껑 하나에도, 용기 하나에도 모두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의 노력이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위대한 혁신>에서 “혁신은 기존의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나 소비자들이 이제까지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한창 휴가철입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 온 일상에선 충전된 에너지로 또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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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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