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수습에 걸리는 시간보다 그 현장을 꼭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지나치려는 드라이버들의 호기심 때문에 개별 차량들의 주행속도가 느려지는 현상 때문입니다. 현장부근에 이르러 승용차 한 대마다 밟는 브레이크 등이 수km 뒤로 전달되며 정지와 주행이 반복되다가 또 다른 추돌사고로 연결되기도 하지요.
현장은 진작 수습됐지만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차 속의 화제는 단연 ‘길이 언제 뚫릴까’라는 사실 하나로 집중됩니다. ‘무슨 사고야?’라는 궁금증이 ‘ㅇㅇㅇ라는 x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라는 불만으로 바뀌고 나면 도로는 하나의 거대한 스트레스 공간으로 변합니다. 어떤 뉴스도 음악도 그 공간을 벗어나기까진 위안이 못 됩니다.
지난 일주일간 우리나라 정치현장이 바로 고속도로의 초대형 교통사고 직후 모습과 흡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모처럼 ‘굿바이 코리아’에서 ‘바이코리아’로 돌아서는 증시의 터닝 포인트에서 터진 돌발악재가 실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재(人災)라는 사실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판의 바둑에 승부수라고 던진 게 패착임을 빨리 자각해야 전체 판세가 보이거늘 그 패착에 대한 미련 때문에 더 큰 악수를 두고 있는 국면. 뭔가 힘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초조함이 내부로 비등해 급류 속에 두 발을 다 담근 채 돌아서기에는 대단히 민망한 자세로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잊혀지기보다 ‘왜 그 법이 필요한가?’란 당위의 문제에서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나?’란 의혹으로 부각될 것입니다. 교통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치려던 이들이 매끄럽지 못한 수습과정을 보며 정체 속에서 하나 둘 사고에 대해 얘기하며 브레이크 등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둘 다 똑같다’에서 강한 쪽이 ‘오만’으로 비치는 순간 약한 쪽에 이유 없는 동정이 쏠리기 마련이죠.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가 그야말로 피장파장입니다. 경제회복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을 정치주도로 조기에 연결하려는 지나친 강박관념이 빚은 ‘한여름 밤의 꿈’… 그 꿈을 깨라고 보내는 메시지의 엄중함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한국정치의 현실.
대학이 방학을 하고 국민들이 휴가를 떠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한 정치는 각박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제 집안에서 벌어진 불화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고 다시 거리에서 해답을 찾는 모습이 노무현 정권 초기의 탄핵사태와 참으로 닮아있지 않습니까?
그 때 결과적으로 누가 이겼는가를 지금 여야의 처지가 뒤바뀐 상황에서 양쪽이 다 계산에 넣고 있으니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 됩니다. 사회전반에 걸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상처를 내며 어쩌면 ‘미디어’란 단어는 2009년 최악의 단어로 기억될 것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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