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떡볶이 먹는 사람들을 무심코 둘러 보니 멋지게 정장을 쫙 빼입은 여성들이 각자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커리어우먼이 길거리 노점에서 서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은 안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어울렸다. 아마 그만큼 떡볶이란 음식이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겐 길거리 음식으로 더 친숙한 떡볶이는 원래 궁중에서만 먹던 '귀한 신분'이었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궁중 떡볶이가 그 시작이다. 19세기 말엽 조선 말기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궁중에서 흰떡, 등심살, 참기름, 간장, 파 등으로 만든 떡볶이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귀하신 분들이 먹던 귀한 음식 떡볶이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서민 음식이 된 것은 6·25전쟁을 거치면서부터다.
한때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든 서울 신당동 떡볶이의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로 꼽힌다. 우연히 자장면 그릇에 빠진 가래떡을 맛본 후 그 맛이 좋아 고추장에 버무려 팔기 시작한 것. 그후 마복림 할머니는 연탄으로 만들던 떡볶이를 식탁 위의 가스불 위로 옮기며 '즉석 떡볶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떡볶이의 인기를 타고 떡볶이 전문 프렌차이즈도 줄줄이 생겨났다. 현재 BBQ올리브떡볶이, 아딸떡볶이 등 33개 브랜드, 1100개 가맹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떡볶이가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TOPOKKI(토포키)'란 이름을 달고 세계로 나아가는 것. 얼마 전 문을 연 세계 최초 떡볶이 연구소는 발음이 어려운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떡볶이의 외국명칭을 토포키로 통일시켰다.
지난달 28~29일에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떡볶이 페스티벌'에서는 이 꿈의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9일 행사 마감을 두어시간 남겨두고 행사장을 찾았다. 워낙 흔히 볼 수 있는 간식이라 이런 행사에 얼마나 사람이 오겠냐고 생각했지만 양재역 사거리부터 길이 막힐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분 정도의 대기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입구에는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기줄은 행사장 안에서도 계속됐다. 시식대 앞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떡볶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 안의 각종 떡볶이와 공예품 처럼 예쁜 모양의 떡들까지 떡볶이의 세계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여기저기서 떡볶이를 맛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시선을 끌었다. 그중 떡볶이 시식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와중에도 연신 손에 든 떡볶이를 먹던 한 외국인 여성은 떡볶이의 월드드림이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란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외국 어느 나라에서 떡볶이를 먹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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