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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토포키의 월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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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한기가 온 몸을 감싸던 어느 저녁 명동 거리. 저녁 약속이 펑크가 나 저녁을 어찌 때울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떡볶이를 파는 노점이 눈에 띄었다. 혼자 식당 들어가 저녁 먹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추운 날씨로 오돌오돌 떨고 있었기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던 떡볶이와 어묵 국물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매콤하고 달달한 떡을 한입 베어무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떤 만찬 못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떡볶이 먹는 사람들을 무심코 둘러 보니 멋지게 정장을 쫙 빼입은 여성들이 각자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커리어우먼이 길거리 노점에서 서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은 안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어울렸다. 아마 그만큼 떡볶이란 음식이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몰려 다니던 친구들과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긁어모아 먹던 떡볶이를 아직도 기억한다. 중고생이 되어서도 대학에 들어가서도 간식으로 떡볶이는 빠지지 않았다. 입시 준비로 학원에서 늦게 끝나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을 위로했던 것은 매콤하면서도 달달했던 떡볶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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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길거리 음식으로 더 친숙한 떡볶이는 원래 궁중에서만 먹던 '귀한 신분'이었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궁중 떡볶이가 그 시작이다. 19세기 말엽 조선 말기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궁중에서 흰떡, 등심살, 참기름, 간장, 파 등으로 만든 떡볶이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귀하신 분들이 먹던 귀한 음식 떡볶이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서민 음식이 된 것은 6·25전쟁을 거치면서부터다.

한때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든 서울 신당동 떡볶이의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로 꼽힌다. 우연히 자장면 그릇에 빠진 가래떡을 맛본 후 그 맛이 좋아 고추장에 버무려 팔기 시작한 것. 그후 마복림 할머니는 연탄으로 만들던 떡볶이를 식탁 위의 가스불 위로 옮기며 '즉석 떡볶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국민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잡은 떡볶이는 그후에도 계속 진화했다. 짜장소스, 카레 등과도 함께했고 꼬치와 만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한때 유행했던 불닭집에서도 고추장 요리의 대표주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해물과 어우러진 업그레이드된 떡볶이 해물떡찜으로도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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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줄 모르는 떡볶이의 인기를 타고 떡볶이 전문 프렌차이즈도 줄줄이 생겨났다. 현재 BBQ올리브떡볶이, 아딸떡볶이 등 33개 브랜드, 1100개 가맹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떡볶이가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TOPOKKI(토포키)'란 이름을 달고 세계로 나아가는 것. 얼마 전 문을 연 세계 최초 떡볶이 연구소는 발음이 어려운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떡볶이의 외국명칭을 토포키로 통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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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29일에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떡볶이 페스티벌'에서는 이 꿈의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9일 행사 마감을 두어시간 남겨두고 행사장을 찾았다. 워낙 흔히 볼 수 있는 간식이라 이런 행사에 얼마나 사람이 오겠냐고 생각했지만 양재역 사거리부터 길이 막힐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분 정도의 대기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입구에는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기줄은 행사장 안에서도 계속됐다. 시식대 앞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떡볶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 안의 각종 떡볶이와 공예품 처럼 예쁜 모양의 떡들까지 떡볶이의 세계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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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기저기서 떡볶이를 맛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시선을 끌었다. 그중 떡볶이 시식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와중에도 연신 손에 든 떡볶이를 먹던 한 외국인 여성은 떡볶이의 월드드림이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란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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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어느 나라에서 떡볶이를 먹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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