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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중국집의 비밀..이젠 말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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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국음식점의 청결치 못한 위생상태를 고발한 티비 프로그램이 방영돼 충격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예고 방송에서 "앞으로 자장면 드실 분은 이 프로 보지 마시라"고 의미심장한 경고까지 내보냈다.

이 프로 때문이 아니라도 요즘 자장면 맘편히 못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주 1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 달간 전국의 중국음식점 1만7250곳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 결과 1002개(5.8%) 업소가 위생 수칙을 위반했다고 한다. 유명호텔 음식점까지 포함돼 있어시민들의 충격은 '곱배기'다.

도시괴담이나 영화 등에서 맛있는 중국집에는 언제나 수상한 소문이 따른다. 사람고기를 쓴다던지 수상한 소스를 쓴다던지 아니면 주방장에게 말못할 추악한 과거가 있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죽이는 맛'의 비밀에 사람들이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왜 중국음식은 비밀스러울까?


사실 중국 음식 자체가 상당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흑갈색 소스에 버무려진 재료들은 물에 씻거나 직접 먹어보지 않는 한 육안으로는 식별하기가 참 어렵다. 만두를 보자. 입에 넣어 씹기까진 그 내용물이 당면인지 고기인지 알수 없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반점, 그리고 중국음식들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네모 납작하게 생긴 거대한 중국식칼과 지옥의 불길처럼 솟는 가스불, 어린아이가 들어가도 누워도 한뼘은 남을 듯한 거대한 후라이팬은 사람들에게 잔혹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책상다리 빼곤 뭐든 먹는다는 중국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과 주방과 홀을 가르는 두터운 벽을 두고 사람들은 기묘한 상상을 키웠다.

팔선반점 인육만두(1993 untold story)은 이런 중국음식에 대한 공포를 양념으로 해서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잔악한 인간상을 들추는 영화다. 주인공은 황추생. 무간도의 고뇌하는 형사반장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홍콩의 B급 영화에도 많이 등장한 배우다.


그가 주연을 맡은 팔선반점은 황추생에게 홍콩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김과 동시에 3년간 국내(홍콩)상영 금지 조치라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다. 이영화는 국내에서도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나 많은 장면이 삭제돼 출시됐다. 폭력장면이 과다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가장 큰 금기라는 어린이에 대한 폭력까지 가감없이 나온다.

황추생이 연기한 주인공 '왕'은 성질이 급한 사람이다. 도박에서 속임수를 지적한다고 죽이고,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의심한다고 죽이고, 부아가 치민다는 이유로 사람을 쉽게 죽이는 불한당이다. 경찰에 잡히게 되자 그는 제 성질에 못이겨 자살하고 만다.

'왕'은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중국집 소문처럼, 잡아온 사람을 분쇄기로 갈아 고기 만두속을 만들어 낸다. 인육만두를 맛있다고 연신 허겁지겁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팔선반점은 인기가 좋아 3편까지 시리즈로 만들어졌으며 2편에서 황추생은 형사로 분해 자신과 친한 요리사가 만든 인육 갈비요리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1편의 살인마 '왕'과 겹쳐져 묘한 느낌이 든다.

중국집 음식에 대한 공상은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본에도 잔혹반점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맛있는 만두 만들기에 집착하는 바람에 노이로제증상까지 있다. 사람을 죽여 인육만두를 만드는 환상에 시달리는 그녀는 결국엔 '중국 스승'을 만나서 비밀 제조비법을 전수받는다. 그녀가 스승에게 전수받은 전설의 비법이란 신체의 특정부위를 이용해 만두를 빚는 독특한 방법인데, 이는 자체 심의로 공개를 않는 편이 좋겠다.

결론 -
먹고 죽기야 하겠어?라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오늘도 자장면 집 다이얼을 돌리는 당신. 조금만 더 식당 위생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언제라도 '인육만두'를 실제로 먹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중국집! 살인마 강호순이 중국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안먹는다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남녀 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천하에 몹쓸 사람에게까지 전국민적 불신을 사는 중국집이여, 이제 '믿음'을 배달해다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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