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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드라마, 아픈 의사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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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메디컬 드라마, 아픈 의사는 필수다.

국내에서 방영된 메디컬 드라마 속 의사 중 한명은 꼭 질병에 걸리거나 환자 입장에 처하는 에피소드로 드라마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의 팍팍한 삶을 비유하는 상징으로, 두 주인공 간의 러브라인 발전 도구로, 주인공이 의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설정으로, 그 쓰임새도 가지가지다.

14일 방영된 MBC '종합병원2'에서는 결혼을 앞둔 의사 김도훈(이재룡 분)이 위암 말기 선고를 받는 에피소드가 진행됐다. 평생 환자를 위해 살아온 그가 자신의 병을 숨긴채 다른 의사들이 기피하는 위험한 환자를 솔선수범해 수술하는 내용.

본인도 하루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급한 환자를 보살피는 설정은, 그동안 '종합병원2'가 강조해온 김도훈의 따뜻한 면모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 김도훈의 질병은 유괴범·조폭 등의 등장, 정하윤(김정은 분)의 의사 불신, 한기태(이종원 분)의 논문조작 의혹 등 다소 산만하다고 보일 수도 있을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어져온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급 갈등으로 마지막회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소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방영된 MBC '뉴하트'에서는 흉부외과 수석 남혜석(김민정 분)이 에이즈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공부만 해온 그가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된 사례. 에이즈 감염은 되지 않았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모범생 의사 남혜석이 좌충우돌 의사 이은성(지성 분)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2007년 방영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는 주인공인 흉부외과의 봉달희(이요원 분)가 처음부터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안좋아서 의사를 꿈꾼 케이스. 이 드라마에서 의사의 질병은 의사로서의 꿈과 포부를 품을 수 있는 소재였다. 또 반대로 컴플렉스가 되기도 한 사례. 봉달희는 레지던트 1년차 시절 쓰러져 심장 수술을 받아 중도탈락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드라마에선 또 이건욱(김민준 분)이 폐암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의 폐암 판정은 극중 전처 조문경(오윤아 분), 앙숙 안중근(이범수 분)과의 화해 계기가 되는 설정.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MBC '하얀거탑'에선 의사의 질병이 워커홀릭 성공지상주의자 장준혁(김명민 분)에 대한 처벌이자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악행도 저질러가면서 외과과장이 되기 위해 노력한 그는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 담관암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묵직한 갈등이 드라마 후반부에 큰 힘을 실었고, 그에게 감정을 몰입했던 시청자들로 하여금 본인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의사가 본인의 질병을 직접 치료하지 못해 동료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것은 이같은 메디컬 드라마의 흔한 갈등 해소 방식이기도 하다. '종합병원2'의 김도훈은 라이벌 한기태에서 수술을 부탁했다. 또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건욱도 안중근에게 수술을 의뢰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도 친구이자 갈등관계였던 최도영(이선균 분)을 찾아가 검사를 부탁하고 의견을 구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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