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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의심암귀(疑心暗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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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소문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다. 즉, 진실성 여부에 관계 없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는 사실이나 정보를 말한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증시 격언에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buy the rumor, sell the news)'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세를 움직이는 정보와 재료는 소문단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막상 그 정보와 재료의 실체가 드러나면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주가는 떨어지게 된다.


반면 '1%가 소문을 만들고 99%가 뒤를 쫓는다'라는 말도 있다. 증시에서 떠도는 소문을 과신하지 말라는 뜻이다. 시장은 흔히 풍문의 진원지로 꼽힌다. 그러나 증권시장은 풍문의 출발지라기보다는 풍문이 모여드는 곳이 맞다. 주식투자자들이 각계 각층에 분산돼 있는 만큼 정보가 쉽게 증시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보면 확인되지 않은 풍문으로 인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심지어 한 종목이 아니라 코스피 지수 자체가 휘청거리는 현상마저 발생하게 된다. 멀리 있었던 일도 아니다. 바로 한 달 만에 코스피가 200포인트 가량 빠지며 1900선 밑으로 떨어졌었던 지난 7~8월 얘기다.


당시 상황은 미·중 무역협상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우리나라 주력 업종인 반도체부터 시작된 한ㆍ일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산업 현장을 넘어 금융시장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 대다수 업종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장사 실적, 환율 등도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하락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냉각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들이 줄줄이 신저가로 추락했다. 당시 코스피 거래대금은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개월 여가 지난 현재는 어떨까. 코스피는 2100선을 훌쩍 넘으며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고 특히 일본과의 통상 마찰로 인해 우려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주가의 우상향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연말 활황세가 내년 증시에서도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코스피 상단을 2450선까지 보는 곳도 있다. 코스닥 또한 점차 안정세에서 회복세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만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나친 우려가 오히려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어느새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고 철저한 분석과 대응을 통한 투자 대신 대박만을 노린 투자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주의 경제학자 세일러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20년 동안 8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투자 대상 자산의 내재가치 변화 추이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시장심리에 따른 가격변동 추이를 인내심 있게 지켜봤다고 했다.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거품이 팽창할 때는 팔고, 사람들이 흩어져 거품이 붕괴되거나 역거품이 생기면 사들인 것이다.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야말로 어두운 귀신을 낳는다는 뜻이다.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와 금융상품 혹은 해당 종목의 내재가치 변화를 냉철하게 견주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주식시장에서 무조건 남을 따라다니다가는 본전도 지키기 어려워진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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